문 대통령 "中과 소통 강화"… 시진핑 "한반도서 적극적 역할"

한·중 정상, 남북회담 7일 만에 통화…미묘한 온도차

시진핑 '차이나 패싱' 불식 의지
靑 "중국 불만은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첫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두 정상이 남북 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약속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후 5시부터 35분간 통화하면서 ‘판문점 선언’을 위한 공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통화는 올해 1월11일 이후 넉 달 만이며,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다.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 성패가 관건인 만큼 앞으로도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를 유지, 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는 그러나 이날 통화에 대해 시 주석이 “중국은 각국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도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 논의가 급속화하는 가운데 최근 불거진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논란을 불식시키고 중국이 한반도 미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했다.이날 통화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7일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했지만 시 주석과의 통화가 늦어지면서 차이나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제외되는 데 불만을 제기하면서 통화가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시 주석이 왕이 외교부 장관의 북한 방문 이후로 통화를 미뤘을 뿐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중국의 불만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