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LG G7 씽큐' 이틀간 써보니…"기본기의 역습"

LG가 강조한 A·B·C·D 기본기 중점 리뷰
11일 예약판매 돌입…국내 출시 18일
LG G7 씽큐의 전후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브랜드 변화를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LG전자는 '변화'보다 '안정'에 베팅했다. 이에 발맞춰 LG전자는 스마트폰의 기본기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결과물이 3일 공개된 'LG G7 ThinQ(씽큐)'다. 황정환 MC사업본부장(부사장)은 스마트폰의 기본을 'ABCD'로 정리했다. 오디오(Audio)·배터리(Battery)·카메라(Camera)·디스플레이(Display)다.

사실 G7 씽큐를 사용해보기 전 선입견이 있었다. 신제품 출시 전부터 유독 "기본, 기본, 기본"을 내세우는 LG전자를 보며 의아했다. 혁신에 핏대를 세우던 예전과는 분명 분위기가 달랐다. '변화를 포기하고 현상유지를 택한건가'라는 의구심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틀간 사용해 본 G7 씽큐는 단순히 기본기 강화에만 그친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사용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혁신으로 평가받을만한 기능들도 눈에 띄었다. 기본기를 다지며 혁신을 예고하는 기능도 있었다. 혁신을 위한 기본기 강화였던 셈이다.

☞A(Audio): 닿기만 하면 진가 발휘하는 '붐박스'

G7 씽큐는 LG G6보다 LG V30를 닮았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과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는 요즘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들과 다르지 않았다. 후면의 지문인식센서와 추가된 구글어시스던트 버튼 위치도 조작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소리부터 들어봤다. G7 씽큐 공개행사에서 오디오 기능을 체험하긴 했지만, 주위가 시끄러워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AI카메라'에 대한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귀는 붐박스 스피커쪽으로 열려 있었다. 그만큼 붐박스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줬다.
붐박스 스피커는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니 진가를 발휘했다. 테이블 결을 따라 진동이 울리며 소리가 몇배는 커졌다.
조용한 공간에서 G7 씽큐를 손 위에 올리고 음악을 재생시켰다. 순간 전화가 올 때 벨과 함께 울리는 진동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소리는 훨씬 컸다. G7 씽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니 붐박스의 진가가 발휘됐다. 테이블 결을 따라 진동이 울리며 소리가 증폭됐다. 무조건 소리만 커진 것도 아니었다. 갈라지거나 뭉개지거나 귀를 불편하게 하는 소리는 없었다. 중저음을 보강한 깔끔한 소리가 풍성해질 뿐이었다.

'플래시 라이트' 기능은 음악 감상에 조미료 역할을 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음악에 맞춰 번쩍이니 오묘한 감성이 더해지면서 곡에 더 집중하게 됐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스마트폰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음악을 재생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G7 씽큐 하나로 요약되는 순간이었다. "붐박스 스피커는 스마트폰 자체가 스피커의 울림통 역할을 하는 신기술"이라던 LG전자의 설명이 점잖게 느껴졌다.☞B(Battery): 용량 줄어도 사용 시간은 유지

G7 씽큐의 배터리는 전작인 G6(3300mAh)보다 줄어든 3000mAh다. LG 스마트폰 중 가장 큰 6.1인치 대화면과 QHD+(3120x1440) 고해상도를 갖췄지만, 저전력 알고리즘이 배터리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또 ‘슈퍼 브라이트 디스플레이’는 G6 대비 최대 30% 낮아진 소비전력으로 배터리 부담을 줄였다.

배터리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용량을 줄인 점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의아할 수도 있다. 기자 역시 그랬다. 그러나 제품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LCD 제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3000mAh가 최선으로 보였다. 실제 이틀에 걸쳐 사용해보니 기자가 사용중인 갤럭시S8 플러스(3500mAh)와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9의 배터리 용량도 3000mAh로 G7 씽큐와 같다.
AI카메라는 잡채를 바로 '음식'으로 인식하며 화질을 조절했다.
☞C(Camera): 플래시를 지운 저조도…AI카메라는 이제 시작

‘AI 카메라’는 좀 더 진화했다. 카메라로 사물을 자동으로 인식해 화각, 밝기, 대비 등 최적의 화질을 추천해 주는 모드가 기존 8개에서 19개로 늘었다. 실제 인물, 음식, 애완동물, 풍경 등을 대상으로 카메라를 갖다 대면 모드가 화면에 뜨면서 저절로 화질을 조절했다.

다만 피사체 인식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 동일한 피사체를 밝기나 각도에 따라 '음식'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과일'로 인식하기도 했다. 갑자기 피사체를 바꾸면 인식 시간도 2초 이상 걸렸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완벽한 AI카메라로 거듭나려면 분명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서 더 발전할 경우 AI카메라가 LG 스마트폰의 킬러 기능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스쳤다.

저조도 성능은 플래시를 잊게 했다. '슈퍼 브라이트 카메라'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G6 대비 4배 더 밝게 촬영할 수 있다. 실제로 야간에 실외에서 피사체를 촬영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밝게 나왔다. 일부러 놀이터의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촬영했는데 기자의 눈보다 렌즈가 훨씬 예민했다. 같은 시간에 같은 피사체를 G7 씽큐와 갤럭시S8으로 촬영해보니, G7 씽큐가 더 밝게 찍었다. 다만 AI카메라 기능으로 쉽게 인식했던 '동물', '과일' 등의 대상이 야간에는 잘 인식되지 않았다.
놀이터의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 촬영한 사진. 왼쪽(LG G7 씽큐)이 오른쪽(갤럭시S8)보다 밝아 보인다.
☞D(Display): 햇볕 아래서도 시야 확보…'노치가 싫으면 숨겨라'

브라이트 디스플레이 앞에 '슈퍼'가 더해졌다. OLED에서 LCD로 바뀌었지만 슈퍼 브라이트 디스플레이는 LCD의 단점인 밝기를 개선했다. G7 씽큐는 LG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밝은 약 1000니트의 휘도를 구현한다. G6의 경우 700~800니트의 휘도다. 햇볕이 쨍쨍한 대낮, 실외에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지장이 없었다. 시각적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 노력이 엿보였다.

디스플레이 형상은 기본적으로 아이폰X(텐)의 노치 디자인이다. 이를 LG전자는 '뉴세컨드 스크린'으로 명명했다. 호불호가 심한 노치 디자인을 원치 않을 경우 조정 가능하단 점은 다행스럽다. 화면 설정에서 뉴세컨드 스크린의 색상을 검은색으로 바꾸면 탈모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치는 여유 공간을 두고 화면을 많이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황정환 MC본부장의 말처럼, 실제 화면이 넓어지는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노치 디자인을 원치않을 경우 뉴세컨드 스크린 설정에서 색상을 검은색으로 바꾸면 탈모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다.
☞E(Etc): 음성 비서 활용 확대…18일 국내 출시

집안 가전제품을 조정하는 허브로서 역할도 주목할만하다. G7씽큐는 LG전자 텔레비전과 에어컨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특히 텔레비전을 제외한 에어컨, 공기청정기, 냉장고, 세탁기 등은 집 밖에서도 조절 가능하다. G7 씽큐는 고감도 마이크를 탑재해 음성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Q보이스를 실행할 때 최대 5미터 밖에서도 알아듣고 명령을 수행한다.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명령어는 기존 32개에서 50개로 늘었고 한국어에 특화된 LG전자의 음성 비서 `Q보이스`는 85개 명령어를 지원한다. LG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인 LG페이도 음성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램과 내부 저장용량은 G7 씽큐가 4GB, 64GB, G7플러스 씽큐가 6GB, 128GB다. 색상은 뉴 오로라 블랙, 뉴 플래티넘 그레이, 뉴 모로칸 블루, 라즈베리 로즈 등 4종이다. 가격은 80만원대 후반에서 90만원대 초반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G7 씽큐는 국내에서 이달 11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정식 출시일은 18일이다. 이후 미국·유럽·중남미·아시아 등에 순차 출시될 예정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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