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시대… 43년만에 사라지는 현금지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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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외환銀 CD 첫 도입국내 주요 은행(신한·국민·KEB하나·우리·기업·농협)의 현금지급기(CD)가 도입 4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CD보다 쓸모가 많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주도권을 빼앗긴 데다 온라인·모바일 뱅킹 등이 늘면서 자동화기기 자체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CD뿐 아니라 ATM 역시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남은 25대
연내 ATM으로 교체
연간 대당 166만원 운영 손실
ATM도 4년째 줄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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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가 늘 찬밥 신세였던 것은 아니다. 은행 업무에 1~2시간씩 걸리던 1970년대 CD는 5분 만에 출금 업무를 처리하면서 금융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1975년 8월 국책은행이던 외환은행이 미국 NCR사에서 기계를 들여와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1978년에 CD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1984년 조흥은행이 ATM을 도입하면서 자동화기기 시장 내 CD 독주 시대는 막을 내렸다. ATM은 CD 기능에 더해 통장 정리, 현금·수표 입금, 공과금 수납 등도 가능하다.
◆디지털 뱅킹 시대 힘 빠진 ATM30년 넘게 승승장구하던 ATM도 생존 위기에 처하긴 마찬가지다.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돈이 되지 않는 ATM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은행이 운영하는 ATM(지난해 기준) 수는 3만4122대다. 전년(3만6632대)보다 6.9% 감소했다. 2014년 3만9750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보인 뒤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거래가 크게 확대되면서 은행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점은 물론 무인점포도 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어든 데다 가격 규제 탓에 ATM을 통한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는 것도 은행들이 자동화 기기를 줄이는 이유로 꼽힌다.
ATM 가격은 대당 1300만~1400만원 수준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이 ATM을 운영함에 따라 매해 대당 166만원의 손실을 본다고 분석했다. 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가 줄어 비대면 서비스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