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꽂힌 정기선, 獨 쿠카와 손잡았다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 MOU
"이익률 8%대 '알짜 사업' 키우자"
3년내 산업용로봇 6000여대 판매
쿠카와 공동 R&D… 기술력 향상

4차 산업혁명에 대응
아람코·GE와 협력 강화하며
조선 불황, 신수종사업으로 극복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왼쪽)과 틸 로이터 쿠카그룹 회장이 7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쿠카그룹 본사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36)이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산업용 로봇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글로벌 로봇기업과 손잡고 산업용 로봇의 국내 판매와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정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과 선박 엔진 및 플랜트 분야 사후서비스(AS)업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장 등 그룹 내 주요 보직을 겸임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로봇사업 경쟁력 키운다현대중공업지주는 7일 글로벌 로봇기업인 독일 쿠카그룹 아우크스부르크 본사에서 정 부사장과 틸 로이터 쿠카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쿠카그룹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3위인 쿠카의 모기업이다. 쿠카는 소형부터 대형 로봇까지 다양한 산업용 로봇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1984년 현대중공업 로봇사업팀으로 출발한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은 1995년 6축 다관절로봇을 개발한 데 이어 2007년 LCD(액정표시장치) 운반용 로봇 등을 선보인 국내 1위 사업체다. 연간 8000여 대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로봇사업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8%를 웃돌 정도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알짜사업으로 자리잡았다.현대중공업지주와 쿠카는 2021년까지 국내 시장에 산업용 로봇 6000여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쿠카와의 협력을 계기로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 소형 로봇 판매와 AS가 가능해져 영업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카와 산업용 로봇 관련 공동 R&D를 진행하고 쿠카 로봇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산업 자동화 선도기업 될 것”

쿠카와의 MOU 체결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수종사업 발굴을 맡은 정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용 로봇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조원 수준인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 성장해 2022년엔 23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 부사장은 이날 MOU 체결식에서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부문 기술력이 강화되고 영업 판매망이 확대될 것”이라며 “산업 현장의 자동화를 이끄는 선도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연구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정 부사장은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사업 확대를 통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2021년까지 5조원을 들여 사우디 동부 라스 알헤어 지역에 500만㎡ 규모의 사우디 최대 조선소를 짓기로 하고 지난 3월 부지 공사를 시작했다. 정 부사장은 2015년 11월 아람코와 조선·엔진·플랜트 분야 협력 MOU를 맺을 때부터 사업을 주도했다. 그는 2016년 3월 GE와 MOU를 맺고 가스터빈 추진 선박 건조와 플랜트 및 조선·엔진·기자재 사업 분야 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 부사장은 3월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 주식 5.1%(83만1000주)를 사들여 현대중공업지주 3대 주주(5.1%)로 올라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