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매각은 장기화 조짐

신한금융, 인수價 제시 안해
하나금융 다크호스 될 수도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ING생명 매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이 여전히 유력한 인수후보지만 하나금융과 KB금융 등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한금융과 ING생명 매각을 위한 협상을 벌이면서 하나금융과 KB금융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당초 지난달 말까지 MBK파트너스에 지분 59.1%에 대한 인수가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관측됐다”며 “하지만 신한금융이 이를 미뤄 MBK파트너스가 하나금융이나 KB금융 등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신한금융은 1등 금융그룹 지위를 되찾기 위해 ING생명 인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ING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402억원으로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품에 안을 경우 KB금융을 제치고 다시 1위에 오를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생각하는 가격대는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보험사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곽철승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시도 중”이라며 “M&A 기회가 있으면 증권이든 보험이든 관심을 갖고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된 KB금융도 ING생명 인수 카드를 접지 않았다. 균형 잡힌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생명보험사 추가 인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KB금융 경영진의 생각이다.일각에선 MBK파트너스 투자자들도 조속한 매각을 원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NG생명 주가가 석 달 전만 해도 6만원을 웃돌았지만 4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지금 매각을 추진하면 받을 돈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