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다양한 기부활동 나선 김병지 前 국가대표 골키퍼

"스포츠·문화 통해 세상에 도움주고 싶어"

2016년부터 미술가 아내와 함께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운영

'어린이날' 재일동포 아이들에게
韓 문화·역사 학습교재·용품 선물
김병지 김병지스포츠문화진흥원 이사장(오른쪽)은 현대미술가로 활동하는 아내 김수연 작가(왼쪽)와 함께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4일 일본 오사카에 있는 백두학원 건국유치원에 학습용품을 기증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재일동포 3, 4세 어린이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한글 그림책과 한국사 동화책, 위인전 등 다양한 책자 및 전통 악기, 미술용품 등을 전달했다. 기증은 지난달 김 작가의 개인 전시회 작품 판매 수입과 진흥원 기부금으로 이뤄졌다.

현역 시절 ‘골 넣는 골키퍼’로 이름을 날린 김 이사장은 7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어린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말을 듣고 기증하게 됐다”며 “이런 교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증을 시작으로 매년 어린이날과 유엔이 정한 ‘세계 어린이날’(11월20일)에 맞춰 1년에 두 번 재외동포 어린이들에게 학습용품을 전달할 계획이다.김 이사장은 2016년 은퇴한 후 아내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스포츠문화진흥원을 설립했다. 스포츠와 문화, 예술을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국내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와의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스포츠 교실과 전시회 등을 마련해 소통의 장을 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선수 시절은 물론 은퇴 후에도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왔고, 한국방정환재단 후원회장과 부총재를 맡기도 했다. “저 역시 쉽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인지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초등학교 때 축구부원이 되면 중학교 등록금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축구를 배웠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한 축구선수 생활은 2016년 은퇴 경기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그의 나이 46세. 30대 중반이면 필드를 떠나는 축구계에서 장수한 셈이다. K리그 최다 출전(706경기)이라는 기록도 세웠다.“선수 활동을 오래 할 수 있었던 비결이요? 실력이 우선이고, 실력을 유지하려면 철저한 자기 관리가 생명입니다. 술·담배는 하지 않고, 체중이 1㎏ 이상 변하지 않도록 관리했죠.”

은퇴 후 지도자 꿈을 키우던 그는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하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후유증으로 일부 마비 증세가 남아 있어 지도자 활동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2~3년 정도 걸린다고 해서 현재는 목소리만으로도 할 수 있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동반자 같은 존재인 축구 활동은 평생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