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재활의료 투자는 국가 경제에 도움 된다

로봇 등 첨단기술 접목하는 재활 치료
전문직종의 긍정적 고용 창출 이끌어
요양과 혼동 금물… 인적 투자 늘려야

방문석 < 서울대의대 교수·재활의학 >
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걸려오는 전화가 대부분 진료 청탁과 상담에 관한 것이다. 병원 경영과 관련된 일을 그만뒀고 ‘김영란법’도 시행돼 청탁 전화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질병과 관련한 상담 전화는 여전하다. 전화로 얘기하다 보니 재활과 요양의 차이를 이해시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

현대 보건 의료는 예방, 건강 증진, 치료, 재활, 요양(혹은 완화)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그런데 일반인은 물론 동료 의료인도 재활과 요양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재활병원보다 요양병원이 법적으로 먼저 규정됐고 일부 재활치료 수요를 요양병원에서 충족해온 탓도 있을 것이다. 재활치료의 의료전달체계나 공공의료적인 발전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의학 발전에 비해 늦었던 이유도 있다.쉽게 설명하자면 재활은 다양한 재활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해 환자가 빨리 사회와 가정의 구성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요양은 회복과 퇴원보다는 병원에서 편안하게 환자를 돌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재활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치료 스케줄은 촘촘하다. 1 대 1 물리치료, 작업치료, 심리치료, 언어치료, 보조기구 훈련 등 공인된 다양한 치료를 통해 환자를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치료에 전력을 다한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을 이용한 치료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가 도입돼 하반신 마비 환자의 경우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해 걷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재생의학으로 뇌, 척수, 신경, 근육의 희귀 난치병 환자 치료 가능성도 열리기 시작했다. 재생의학 치료 후에는 맞춤 재활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뇌과학, 재활공학, 재생의학이 발전해 다방면의 전문가가 함께 새로운 재활치료를 함으로써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인적, 물적으로 다양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니 의료서비스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갈 것이다. 재활의료 서비스 확대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전문직종의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환자가 재활에 성공해 가정과 직장,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 재활에 들어가는 의료비는 충분히 부담할 가치가 있다.요양병원은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보다는 정신과 육체의 퇴행을 방지하고 환자를 고통이 적고 편안하게 돌보는 것이 목표다. 물리치료 등 재활 서비스가 필요는 하지만 과하지 않은 정도로 신체 기능의 유지를 목표로 한다. 이전에는 가정에서 책임지던 요양이 이젠 사회적 책임과 규모로 다가오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 만성병 증가, 암과 희귀 난치병 환자의 생존율 증가는 재활과 요양의 수요를 늘려갈 것이다. 더 이상 재활과 요양을 뒤섞지 말아야 한다. 어느 환자에게 비교적 짧은 기간이라도 많은 재활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어느 환자에게 요양을 받도록 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재활의학은 20세기 이후에 발전한 전문 분야다.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며 급속도로 발전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작년부터 ‘재활의료기관 지정 운영 시범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재활병원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확대를 통해 의료 보장성 강화를 우선 목표로 하는 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기조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그동안 의료정책 수립 시 그랬듯이, 정책 입안 단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의료계의 여러 이익집단 출현도 경계해야 할 걸림돌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확립된 재활의료 서비스에 엉뚱한 비전문가 단체나 협회가 나서서 로비하고, 이에 귀 기울이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나타나면 국제적으로 조롱받는 정책 왜곡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재활은 전통의학에는 없는 최신 전문의학 분야다.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환자가 병원에서 오랜 기간 요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해서 가능한 한 빨리 입원 치료를 마치게 하는 게 목표다. 최선의 치료 결과 장애가 다소 남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복귀를 목표로 하는 의료 분야다. 그래서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