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적 가치, 재무제표에 담는 회계기준 필요"
입력
수정
지면A23
한국회계학회 심포지엄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담을 수 있는 회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사회적 기여를 많이 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여도 대우 받아야
한국회계학회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사회적 가치, 재무제표에 담을 수 있는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 가치는 공공 이익에 기여한 성과를 가리킨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법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회계학회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기업회계기준 마련에 나선 이유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장은 “사회적 가치는 재무제표에 담아야 할 주제가 분명하다”며 “재무제표에 기업의 사회적 성과가 보고된다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담기 위해선 작성 주체인 기업의 동의를 비롯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이배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 국민 등 다양한 주체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데 투자하고 이를 공개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기업 최초로 계열사에 사회적 성과 평가를 도입한 SK그룹의 사례를 참조해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10대 그룹의 순이익은 90조원을 넘어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익의 79.1%를 차지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알 수 없다”며 “대한항공 사태 등 반기업 정서로 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제기되는 지금이 바로 사회적 가치 평가 도입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평가 대상의 범위와 구체적인 측정 방법,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여부 등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사회적 가치를 다른 성과와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분해 측정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