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가상화폐 업계에 늦은 봄 올까

금감원장, 제도 안에서 가상화폐 활성화 시킨다는 기조
폐쇄적인 관료사회에도 불신 깊어
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업계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으로 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가상화폐(암호화폐)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원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립하지 못해 금융시장에 혼선을 초래한 점이 있다”며 “과도한 금융감독 집행이 창의적인 금융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금감원이 암호화폐 시장에 개입해 혼란을 부추기거나 은행을 통해 자금 유입을 차단하는 등의 일을 벌였던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암호화폐는 화폐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이어 12월 28일에는 암호화폐를 도박에 비유하며 “형태(실체)가 없는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두 달 뒤인 2월 20일에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최 원장은 “암호화폐의 정상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며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은행 경영진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은행의 계좌 생성을 막고 암호화폐 시장을 고사시키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암호화폐 업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을 반기는 모양새다. 그의 이전 발언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500만원을 넘으며 투기 열풍이 일었을 당시에도 그는 거래소 폐쇄 등의 극단적 조치를 지양하고 명확한 규제를 제시해 시장을 안정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로도 윤 원장은 “가격 급등락에 비춰볼 때 화폐가 아니라는 부분은 수긍하겠지만,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가가 무엇을 규제하고, 무엇을 살릴 것인지 정확히 짚어줘 투기를 걷어내야 하며 블록체인 활용 방법도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과열 상황을 억제하는 선에서 활성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윤 원장의 시각은 향후 정부 정책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민간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청취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윤 원장은 지난 2016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저서 ‘비정상 경제회담’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서 윤 원장은 “관료들이 정책에서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반해 책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의사결정을 자기들이 해놓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는다”고 비판했다.

또 “고시를 패스하면 국민과 분리돼 국민의 언어가 아닌 자기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분파를 형성해 자기들끼리의 논리구조 속에서 산다”며 폐쇄적인 관료사회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코인’과 유틸리티 기능을 하는 ’토큰’으로 분화될 정도로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향후 금감원이 내부적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결정을 내리기보단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업계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경 ICO 컨퍼런스 참가 신청하기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