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국 하나 줄었을뿐? 미국 없는 이란핵합의 유지될까

슈퍼파워 미국 vs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이란·EU
이란은 이미 '휘청'…유럽 지원약속에도 '탈퇴카드' 만지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에도 나머지 5개 서명국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미국이 발 뺀 상황에서 핵합의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핵협정 준수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복원되면 이란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꺼리고 철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서방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의 제재하에 있는 이란 진출을 망설이는 낌새가 감지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란이 현재 의지대로 계속 핵합의를 준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란과 유럽연합(EU)이 핵 합의를 유지하려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대국들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계속 허용하고, 외국 기업의 대이란 투자 및 무역교류를 촉진하는 등 핵합의 당시 약속한 경제적 혜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새로운 대이란 제재를 내놓겠다며 이란과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협정 당사자를 따지면 이란,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이 미국 1개국과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그러나 미국이 세계 1위 경제국이자 최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유통체계를 관리하는 슈퍼파워인 까닭에 그 영향력은 핵합의 탈퇴 전부터 간과할 수 없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몇 달 동안 이란 리알화 가치는 연일 하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란 주요 도시에선 생활비 상승과 경제 불황 등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핵합의 탈퇴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란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도 시작됐다.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 대사는 백악관에서 이란 핵합의 파기를 발표한 직후 트위터에 "이란 내 독일 기업들은 즉각 사업을 줄여야 할 것"이라는 경고 글을 올렸다.

EU가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도구를 갖고 있다고는 하나 기업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란에서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석유업체 토탈은 미국이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자신들이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면 이란에서의 합작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EU 국가 대표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EU가 이란에 대한 경제 투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의 추가 제재에 대해서는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란도 미국 제재에 따라 상황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탈퇴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탈퇴 선언에도 핵협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란도 핵협정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 직후 이란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어떠한 제약 없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핵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