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태블릿 보도' 무렵부터 활동… 기사 9만여개에 댓글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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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태드루킹 일당이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9만여 건의 기사에 댓글 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0월은 ‘최순실 태블릿PC’ 언론 보도가 시작된 시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지난해 5월 대선에서도 활발하게 온라인 여론 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해석돼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700만원의 후원금을 낸 정황도 드러났다.탄핵 정국부터 ‘댓글 작업’ 시작서울지방경찰청은 댓글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49·본명 김동원)의 최측근 김모씨(필명 초뽀)를 압수수색해 ‘대선 전후 댓글 작업 현황’과 ‘김 의원 후원금 내역’ 등이 담긴 USB를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USB에는 2016년 10월부터 드루킹이 긴급 체포되기 하루 전인 올 3월20일까지 댓글 작업한 기사 URL(인터넷주소) 9만여 건이 적시됐다. 대선 전 보도된 기사는 1만9000건, 대선일 이후 기사는 7만1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경찰, 경공모 USB 확보… 大選 여론몰이 정황
드루킹, 대선판 흔들었나
대선 7개월 前부터 댓글 시작
회원은 드루킹에 상시 보고
탄핵·반기문 낙마 관여 의혹
"김경수 후원금 걷었다"
警 "회원에 2700만원 모금"
김경수에 송금·불법성 여부 수사
檢, 이례적 체포영장 청구
경찰은 앞서 압수수색한 피의자들의 휴대폰 등에서 대선 후 기사 URL 7만여 건(2017년 5월22일~2018년 3월20일)과 대선 전 URL 624건(2017년 4월14일~5월9일)을 별도로 확보했는데, 이번 초뽀 USB에서 나온 9만여 건과 상당수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이 댓글 작업에 참여한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상시 보고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 전의 고비마다 집중적으로 댓글 작업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력 주자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해 초 ‘퇴주잔 논란’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의혹’ 등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며 여론 조작에 열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은 댓글 작업에 불법 매크로(자동 반복 실행 프로그램)가 활용됐는지 조사 중이다.
댓글 공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증거인멸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드루킹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URL 7만여 건과 초뽀 USB에서 추출한 9만여 건에 대해 네이버 서버에서의 증거보전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다. 경찰 측은 “초뽀 USB는 아직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하지 못했다”며 “경공모 회원들이 지금이라도 당시 댓글을 삭제하면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警, 김경수 재소환 검토경찰은 지난 7일 초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2016년 11월 경공모 회원 200여 명이 김 의원에게 후원금 2700여만원을 낸 내역이 담긴 엑셀 파일도 확보했다. 초뽀는 네이버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을 운영하고, 인터넷쇼핑몰 ‘플로랄맘’에서 비누 제작 등을 맡은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초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체포영장을 함께 신청했으나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 의원에 대한 후원금은 대부분 세법상 세액공제가 가능한 범위인 1인당 5만~10만원으로 이뤄져 외형상으로는 합법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경찰은 파일에 나온 대로 후원금이 실제 송금됐는지, 이 과정에서 경공모 집행부가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드루킹 등 집행부가 회원으로부터 후원금을 직접 걷었다거나 경공모 운영자금의 일부가 김 의원 측에 흘러갔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2010년 ‘청목회 사건’ 당시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임원들이 회원 및 가족 등 명의로 10만~20만원씩 쪼개 국회의원 후원금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김 의원에 대한 경찰의 지난 4일 소환 조사는 초뽀 주거지 압수수색 전에 이뤄졌다. 경찰은 후원금의 불법 여부가 확인되는 대로 김 의원을 추가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날 오전 경찰이 신청한 드루킹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달 초부터 구치소에서 접견조사를 거부해온 드루킹에 대해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