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겨냥 첫 검찰수사, 탈세 규명에 방점…확대 가능성 주목

국세청, 계열사 주식거래 탈세 혐의 고발…지주사 재무팀 압수수색
재계 일각, 기업전반 수사로 번질까 우려…"수사 확대 관측은 시기상조"
검찰이 9일 LG그룹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LG는 2003년 대선자금 수사나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 권력형 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그룹 내에서 발생한 불법 의혹을 두고 사주 일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검찰과 LG그룹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지난달 국세청이 고발한 총수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세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국세청은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주 일가 구성원 여러 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LG그룹 지주회사인 ㈜LG 재무팀과 주식 매매계약에 관여한 부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검찰 수사는 주식거래 관련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개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7%를 대량으로 사들인 바 있다.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 안에 편입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이었다.

LG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등 ㈜LG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총수 일가 40명은 소액에서 최대 3%에 이르는 LG상사 지분을 지난해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가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가 장내에서 소수 지분의 주식을 사고팔 때는 별도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다만 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매각하면 장내·외 거래를 가리지 않고 양도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 및 지방소득세로 내야 한다.

검찰은 총수 일가 중 일부가 특수관계인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해 양도소득세를 피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사주 일가의 탈세 의혹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전반에 관한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히 사주 일가 구성원 일부의 탈세 혐의만을 따져보기 위해 LG그룹 계열사 재무정보를 총괄하는 지주사인 ㈜LG 재무·회계 부서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해석과 무관치 않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 롯데 등 주요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이어 한진그룹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LG마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자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이번 검찰 수사를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석도 있다.

특별한 단서가 새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국세청의 고발 사건 위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LG는 총수 일가가 경영비리로 수사를 받으면서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부터는 거리가 있는 대기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6년 11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다른 재계 총수들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일 뿐이었다.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수사 확대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