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대구서의 첫 '여야 협치'

'예산정책協'에 4당 모였지만
조원진, 現정권 비판 발언에
與의원 퇴장…氣싸움만 벌여
자유한국당의 ‘아성(牙城)’으로 분류되는 대구에서 여당이 정책 협의에 함께 참여하는 ‘여야 협치’를 시도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10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대구지역 의원들을 초청해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지역 국회의원·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뿐만 아니라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유승민 바른미래당,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함께 참석하면서 이례적으로 대구에서 4당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대구에서 열리는 정책협의회에 한국당 외에 다양한 정당이 참여한 것은 20대 국회 들어 처음이다. 지금은 대구지역 12명 국회의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2명(김부겸·홍의락) 있다.

권 시장은 이 같은 구도를 의식한 듯 “여야 모두 중앙에서는 싸우더라도 지역에서는 대구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지혜를 발휘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첫 발언부터 여야 간에 기 싸움이 벌어졌다. 홍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대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역차별받는다고 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또 차별받는다고 하면 지역 경쟁력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예산편성인데 대구·경북 예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정치적으로 홀대받는 상황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파행은 조 의원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불거졌다. 그는 “이상한 정권이 들어와 이상한 나라가 됐다. 이런 정권은 처음 봤다”며 “대구·경북 (출신으로 정부 요직에 진출한) 인사는 (거의 없는) 참사 수준이고, 경제도 참사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그러자 홍 의원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권 시장과 한국당 대구지역 의원 대표 격인 김상훈 의원이 홍 의원을 만류했지만 퇴장을 막지 못했다. 조 의원은 “홍 의원이 내 말을 듣기 싫은 것”이라고 대꾸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시작된 여야 갈등이 지역 정가에도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