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美·中 무역전쟁 아직 시작도 안했다… 한국 중간재 수출 타격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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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주최“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제재한 데 이어 화웨이까지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중국은 애플과 퀄컴을 상대로 대규모 보복에 나설 것이다.”(야오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중국 정부는 시장 규칙을 따르지 않고, 중국 기업은 이란 등에 첨단 장비를 공급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게 미국 강경파의 생각이다.”(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한국경제 TV 주최 'G2의 갈등, 혼돈의 세계질서' 세션
美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
무역분쟁 포문 열었지만 교역규모론 미미한 수준
ZTE 이어 화웨이까지 희생양 삼는다면 확전 예상
美의 중국제재 확대되면 '中비중' 25%인 한국도 타격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11일 주최한 ‘2018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 ‘G2의 갈등, 혼돈의 세계질서’에선 중국과 미국의 대표 학자들이 미·중 무역전쟁을 놓고 활발하게 토론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단기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중 무역전쟁, 악화일로세션에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패권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드릭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는 미국 전체 교역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고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무역체제는 각국이 결국 자유시장경제로 수렴하고 정치적 긴장이 불거져도 경제 교류는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란 가정 아래 유지돼 왔다”며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는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간 통상 갈등이 글로벌 무역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란 얘기다.
야오 원장은 “미국이 중국 정부에 제기하고 있는 기업보조금 감축 요구는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를 포기하라는 의미”라며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은 과거에도 우주항공 및 원자력 분야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서구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며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오히려 늘릴 것”이라고 했다.◆한국 기업도 유탄 맞을 가능성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통상분쟁 여파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60%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한국 정부는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철강 수출 쿼터를 받아들였다”며 “스테인리스 선재 등 이미 쿼터를 채운 분야에선 수출 금지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오 원장은 “미국의 제재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4.8%에 이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했다.로드릭 교수는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는 불가피하다”며 “한국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산업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ZTE 등이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미 상무부는 똑같이 제재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미·중 분쟁이 극한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강경한 발언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입지가 탄탄해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시간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