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트럼프·김정은, 9월 평양서 '빅 이벤트' 가능성… 종전선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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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北·美 회담도 '물밑 협상'
'비핵화 마침표' 南·北·美회담 장소 평양 급부상
문 대통령, 남북회담 직후 제안… 트럼프도 "北 갈 수 있다"
비핵화 방법론이 변수… 中·日·러 지지 이끌어내야
◆남·북·미 정상회의, ‘9월 평양’ 유력1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정해지면서 남·북·미 정상회의는 곧바로 열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변수가 남아 있지만 문 대통령의 9월 평양 방문이 세 정상이 모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미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끈 대북특별사절단이 남북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귀국한 직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오는 데 그치지 않고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운전대’를 잡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미 정상회의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든 것은 미국, 북한과의 사전 교감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미 정상회의 개최 필요성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선순위는 ‘싱가포르 회담’”이라며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남·북·미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표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결정된 것도 9월 평양에서 남·북·미 정상의 회동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초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곧바로 문 대통령이 합류해 남·북·미 정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싱가포르로 장소가 확정되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각 정상의 빠듯한 일정을 감안할 때 7~8월을 넘기고 9월 3국이 만나는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평양행 의지를 밝힌 것도 9월 평양 회동 전망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서 송환한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직접 맞은 자리에서 “평양에 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으로 9월 방문할 예정인 평양이 세 정상의 유력 회합 장소로 거론되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는 9월께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동행 가능성과 관련, “요즘은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상황이 좋아지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현재 핵시설 폐기와 미국 억류자 송환 등 북의 선제적 조치와 미국의 반응 등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낙관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시점 등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 이견과 유엔 대북제재 문제 등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이달 22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내달 7~8일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이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공간을 넓히고,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사자인 남·북·미 3국 간 물밑 협상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동참과 지지도 끌어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거론되면서 조기에 남·북·미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며 “세 정상의 일정과 비핵화를 둘러싼 주변국 이해관계 등을 감안할 때 9월 이전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