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탐구] 슈피겐, 프리미엄 승부수… 자체 금형기술로 밀착력·내구성 높여

슈피겐·디자인스킨은 '중국산 폰케이스 공세'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소재 고급화로 실용성 강조
품질 위해 모든 제품 국내 생산
북미·유럽 등 해외매출이 87%
30분의 1. 국내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회사의 생존율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이듬해인 2010년부터 폰 케이스 제조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났다. 많을 때는 3000여 개까지 늘었다. 과도한 경쟁과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문을 닫는 업체가 생겨났다. 2015년이 되자 제조사는 100여 개로 줄었다. 하지만 시장 1, 2위 업체인 슈피겐코리아와 디자인스킨은 살아남았다.생존에 성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의 생존과 성장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슈피겐코리아는 질로 승부했다. 1주일이면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전략이었다. 지금도 모든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다. 휴대폰 케이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두 가지 요소에 집중했다. 소재와 디자인이다. 고급 플라스틱을 썼다. 소비자가 소재만 봐도 알 수 있게 좋은 소재를 썼다. 디자인은 외형뿐 아니라 휴대폰을 케이스에 끼웠을 때의 느낌(밀착력)을 말한다. 슈피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끼우면 슈피겐 제품은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이 느낌을 내기 위해 슈피겐이 집중한 것은 금형이다. 금형은 딱 맞는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틀’이다. 금형을 100% 자체 생산함으로써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신 케이스 생산은 외주를 줘 1만5000~6만원 선에서 가격대를 맞추고 있다. 금형기술이 중국산과 차별화하는 포인트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슈피겐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 시장은 레드오션이고, 해외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전략이 먹혔다. 지난해 슈피겐 매출 2250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 비중은 13% 정도밖에 안 된다. 52%는 북미에서, 24%는 유럽에서 올렸다. 2009년 설립 첫해부터 북미 시장 문을 두드린 결과다.처음부터 해외사업이 잘된 것은 아니다. 초기엔 해외 바이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베이 등 오픈마켓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경쟁 제품만 수만 개에 이르러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슈피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집중 분석하기 시작했다.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판단했다.

슈피겐 관계자는 “북미지역 소비자는 다소 크고 투박하더라도 보호 성능이 좋은 케이스를, 유럽은 보호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후 각 시장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조금 더 개선해 내놨다. 수출이 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인기인 ‘슬림아머’는 현지에서 반응이 좋은 보호케이스의 덩치를 줄여 디자인을 개선한 제품이다. 오픈마켓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 대신 인기 제품 3~4종에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기종별 소비자 성향도 분석해 이에 맞는 제품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용 제품은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색상과 형태로, 아이폰용 제품은 더 화려하게 내놨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폰케이스 교체 주기가 1년을 넘는 데 비해 아이폰 사용자는 6개월 정도면 폰케이스를 바꾼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