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커진 신흥국 채권 비중 줄여야"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국채 수익률 '비상'

올들어 브라질채권 7338억 판매
채권으로 4.7% 수익 내고도
환차손으로만 8% 까먹어

통화가치 추가 하락 우려
신규 투자 당분간 자제

기존 투자자는 섣불리 팔지 말고
이자 받으며 환율 변화 지켜봐야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흥국 국채는 투자 위험은 낮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일부 국가는 금리 인하 여력도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3%대를 오가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2013년 벤 버냉키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하자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한 ‘긴축 발작’을 떠올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흥국 통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흥국 통화표시 자산 투자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지난해에만 4조원 넘게 팔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팔린 브라질 채권 규모는 7338억원이다. 국내 주요 7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판매액을 합한 수치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4조895억원에 비하면 적지만 여전히 많은 투자자가 브라질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지난 2~3년간 신흥국 국채 판매 경쟁을 벌여왔다. 선취수수료가 3% 안팎으로 높기 때문이다. 채권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이 비교적 적고 연 10% 안팎의 높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브라질은 조세협정으로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증권사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액자산가가 주로 가입했던 해외채권의 ‘투자 문턱’(최소 가입금액)은 500만~1000만원 선까지 낮아졌다.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각국의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투자 열기가 싸늘해지고 있다.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브라질은 시장 기대와는 달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지율 1위를 고수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박세원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아 시장친화적인 후보가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아르헨티나의 구제금융 신청이 다른 신흥국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 자산 줄여야”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흥국 통화 표시 자산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는 이미 목표치인 2%에 도달했기 때문에 연내 기준금리가 최소 두 번 이상 인상될 것이 확실하다”며 “달러화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신흥국 통화표시 자산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환율 급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기존 신흥국 채권 투자자는 지금 팔기보다는 이자 수익을 받으면서 통화 변동성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 변동성은 높지만 비과세 혜택과 높은 금리 수익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브라질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 손실을 확정짓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채권 투자를 안정적인 장기 투자가 아니라 환율 급등락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모멘텀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채권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어 안정적인 장기 투자처로 보기 힘들다”며 “환율 단기 급락으로 신규 진입을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자산 대부분이 아니라 여유자금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