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호 교장 "적성의 힘 알기에 '꿈이 뭐니'라 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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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교장 선생님'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학생들이 교장실을 제집 드나들 듯한다. 꾸중을 들으러 가는 게 아니다.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 교장실에 놀러간다. 스승의날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사진)은 학생들과 가위바위보를 한 뒤 과자를 나눠줬다. 교장실을 나서는 학생에게 “또 놀러 와”라고 소리쳤다. 학생들은 인형 탈이 쌓인 교장실을 나서면서 “교장 선생님이 자꾸 바위만 내신다”며 웃었다.
"담배 끊어라" 잔소리 대신 '버스킹'
음반도 정식 발매한 '스타 교육자'
"꿈 찾으라 백번 말하는 것보다
꿈 이뤄가는 어른 모습 보여주고파"
방 교장은 ‘노래하는 교장’이라는 별명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타 교육자다. 그는 “담배 끊어라”는 훈계 대신 쉬는 시간마다 학교 화장실, 매점 앞에서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한다. 인터넷에 오른 영상이 입소문을 타 ‘노 타바코(No Tobacco)’라는 음반도 정식 발매했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애정이 묻어나는 노랫말도 직접 썼다.스승의날을 앞두고 학생들과 졸업생의 감사 인사가 끊이지 않지만 방 교장은 이런 상황이 어색하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내성적인 성격인데 학생들과 얘기를 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가 샘솟는다며 적성을 찾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학생들에게 수시로 ‘네 꿈은 뭐니’ ‘어떤 일을 할 때 마음이 개운하니’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처음부터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 건 아니었다. 방 교장은 “10년 전 교감으로 이 학교에 부임한 첫날 술에 취해 등교하는 학생을 마주치고 ‘헐’ 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회상했다. 교실로 그냥 들여보낼 수가 없어 곁에 앉혀놓고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장실 상담’이라는 해법이 만들어졌다. 집안 형편 탓에 밤새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손님이 권한 술에 취했지만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아이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매일 시작한 상담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서울 200여 개 일반고 학생들이 모인 학교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받아 고3 1년 동안 미용, 음악, 요리 등 관심 분야 직업교육을 해준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지지받은 경험이 적다”며 “최소한 교장 한 명은 자기편이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지난달 새 책을 내며 벌써 7권의 책과 7장의 음반을 낸 그의 좌우명은 ‘선뻥 후조치’다. “목표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꿈을 찾으라고 백번 말하기보다 꿈을 이뤄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인 교육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작곡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글=구은서/사진=신경훈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