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표암 강세황 '송하관수도'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단원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1713~1791)은 조선 후기 화단에서 ‘예원의 총수’로 불렸다. 시·서예·회화에 모두 빼어났으며 비평가로도 활동한 그는 당대를 주도하던 진경시대 화풍과 다르게 중국 남종화를 수용해 조선 남종화풍을 정착시켰다. 한국 미술사에서는 처음으로 서양화적 명암법을 들여와 입체적 조형어법을 개척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송하관수도(松下觀水圖)’는 농담(濃淡·짙고 옅음)이 뚜렷한 먹을 사용해 은일(隱逸)을 갈망하던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염원을 담아낸 대표작이다. 소나무 두 그루 아래 너른 바위에 턱을 괸 채 물을 바라보고 있는 선비를 사실적으로 잡아냈다. 맑고 시원한 분위기가 화면 가득 느껴지지만 소외된 양반의 쓸쓸한 감정이 두드러진다. 소나무를 부각해 인물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에는 ‘소나무 아래’라는 특정 장소가 동아시아 문인들이 추구하던 은일과 탈속(脫俗)을 위한 상징적 장소로 여겨졌다. 화면에는 최고의 수장가 송은 이병직(1896~1973)이 감정 내용을 적은 배관기가 남아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