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對美 '철강 쿼터' 업체별 배분 확정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사
판재류 수출 작년의 111% 확보
세아제강·넥스틸 주요 품목
강관은 절반으로 줄어 '타격'

"개방형 쿼터 실효성 떨어져"
미국의 철강 쿼터(수출물량 제한)를 국내 업체별로 배분하는 기준이 확정됐다. 중소 철강업체들의 수출량이 많은 강관(파이프)에 대해 기존 업체가 수출하지 못한 쿼터를 다른 회사가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쿼터도 도입된다. 하지만 쿼터를 반납하는 기업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강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철강협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철강 쿼터 기본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한·미 정부가 합의한 대로 대미 철강 수출량은 263만1012t(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으로 확정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형 철강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강판 등 판재류 쿼터는 131만1625t으로 지난해 미국 수출량(118만t)보다 10% 이상 많게 책정됐다. 반면 세아제강과 넥스틸, 휴스틸 등 중견사와 중소 철강사들이 주로 수출하는 강관 쿼터는 102만6246t으로 작년 대미 수출량(204만t)의 절반에 그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강협회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올해 적용하는 쿼터를 미국 수출 실적이 있는 업체에 적용하는 기본형과 신규 업체를 배려한 개방형 등 두 가지로 구분했다. 업체별 기본형 쿼터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를 적용했다. 기본형 쿼터를 갖고 있는 업체가 쿼터를 소진하지 못하고 반납하면 반납분의 20%는 개방형 쿼터로 옮겨 신규 수출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80%는 기본형 쿼터 업체에 배분된다.

개방형 쿼터는 품목별로 차이를 뒀다. 대형 철강사 중심이어서 신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은 판재류 내 열연강판은 개방형 쿼터를 1%(4046t)로 설정했다. 반대로 중소 철강사들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반강관은 개방형 쿼터를 15%(1만420t)까지 높였다.하지만 셰일오일 개발 등으로 미국 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은 쿼터를 소진하지 못해 반납하는 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정용 강관을 생산하는 A사 수주담당 임원은 “미국 시장 강관 가격은 관세 인상액보다 더 많이 뛰었다”며 “철강 쿼터를 수용한 한국만 자승자박한 꼴”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의 수출입공고 개정에 따라 이날부터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려면 철강협회의 수출승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