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사기·횡령' 프레임에 갇힌 가상화폐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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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적용 쉽고 무죄 입증 어려워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사정당국의 칼날에 떨고 있다. 검찰이 언제든 사기와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거래소, 비슷한 처지
지난 14일 한국블록체인거래소(HTS) 대표와 프로그램 개발자, 시스템 운영 책임자 등 임직원 3명이 사기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암호화폐를 허위로 충전하며 고객의 돈을 자신들의 개인 계좌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코인네스트는 지난 3월 압수수색을 받은 뒤 대표가 구속됐고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도 최근 동일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들 거래소가 사기와 횡령 혐의를 받는 것은 그 외에 적용할 법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한경ICO 컨퍼런스에서 “정부가 암호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천명한 이상 자본시장법은 적용하기 어려워졌다”며 “현실적으로 암호화폐에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사기, 횡령, 배임 정도”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신생 업체이고 명확한 규제도 없어 일반 대기업에 비해 회계 처리가 부실하다. 때문에 회계에서 가지급금 등을 정확히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 용이해진다. 업체가 실제 악의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횡령이 아님을 입증할 기록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사기 혐의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했다고 보고 있지만, 거래소가 이를 입증하려면 암호화폐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은행이 대출금을 모두 회수하고 예금을 동결한 뒤 현금을 인출해 눈 앞에 보여주는 식이다. 검찰이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거래소가 무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암호화폐 대부분이 대기업에 준하는 회계 처리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암호화폐 중개 방식도 비슷하다. 언제든 검찰이 거래소에 사기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고 무죄 입증도 쉽지 않은 것.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하면 좋은 것이야 알지만, 법인계좌를 용도별로 나누고 대기업처럼 엄격히 처리하기엔 다른 업종의 중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며 "대기업 카카오의 자회사인 업비트까지 문제 삼는다면 다른 거래소들도 언제든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털어놨다.또 “실제 재판까지 진행한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도 없던 상황이다. ‘알아서 잘 하라’고 방치했으면서 이제 와서 높은 기준을 들이밀며 혐의를 적용한다면 억울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고 항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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