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Biz] 南北관련 법 자문 20년… 시장점유율 80% '독보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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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스페셜리스트 (24) 태평양 남북관계팀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발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예상하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철도와 도로, 가스관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국내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낮은 인건비와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감안할 때 대북 투자는 ‘대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사업 불확실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담팀에 업계최다 40명 배치
전직 장·차관 등 '거물급' 포진
경협·자원 개발서 노하우 갖춰
법무법인 태평양은 기업들의 고민을 해소해 주기 위해 2002년 선보인 북한팀을 남북관계 및 남북경협 특별팀(남북관계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남북관계팀에는 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로펌업계의 남북문제 관련 팀 가운데 최대 규모다. 태평양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 유럽연합(EU)까지 폭넓게 이뤄질 것”이라며 “산업, 에너지, 관광, 금융, 조세, 국제법 등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가를 대거 배치해 다각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태평양 남북관계팀의 주축은 통일부 출신과 북한 법률 전문가들이다. 통일부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을 진두지휘한 이찬호 미국변호사와 북한법 전문가로 통일부 개성법률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유욱 변호사 등이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의 장·차관급 출신까지 가세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한대우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은 국제 금융과 기업 투자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았다. 오양호 태평양 대표변호사, 김근수 전 여수세계박람회 사무총장, 김정관 전 산업부 차관도 팀의 핵심 멤버다.
태평양은 그동안 남북관련 법률 자문에서 꾸준히 활약해왔다. 1998년 현대아산의 금강산관광사업 자문을 시작으로 2004년 개성공단 착공 이후엔 통일부와 남북협력기금 운용기관인 수출입은행을 도왔다. 2008년 당시 정부가 8000만달러 규모의 북한산(産) 무연탄 아연 등을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자문을 맡았다. 태평양 스스로가 북한 지하자원 개발 노하우를 갖췄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당시 다른 로펌들은 수익성이 낮다며 대북 자문업무를 기피해왔다.
태평양은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2005년 대북 투자 기업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개성공업지구 법규 및 제도 해설’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에 앞서 국내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때문에 준비 작업에 어려움을 겪자 태평양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로펌평가기관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는 국내 남북 관련 자문 실적 1위로 태평양을 꼽았다. 시장점유율 80% 이상의 압도적 1위였다. 2위는 지평, 3위는 김앤장, 4위는 세종이었다.이찬호 미국변호사는 “판문점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신경제지도 구상의 시작점으로 기존 남북경협 추진의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국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며 “엄청난 도전과 기회 앞에 선 기업들에 만족할 만한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6·12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면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해 관련 이슈를 선도해나갈 예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