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수요 옥죄는 부동산 정책은 '역풍' 맞을 가능성 크다

Let's Study - 부동산 투자전략 (3)

부동산 세금·거래·대출 규제
정책 모두 동원한 文정부
정권 후반 집값 불안 우려

노태우정부 200만가구 공급
정부 정책으로 집값 하락한
역사상 단 한번의 사례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다. 시장이 실패했는지 여부는 집권정부의 철학적 판단이기에 모호한 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크게 △거래 △금융 △세금 세 가지다. 팔 수 있는 물건을 사라지게 하는 거래(전매) 제한 규제는 나름 강력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팔지 않으려는 매도자를 늘리는 동결효과(lock-in effect)를 고려한다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 또한 여전하다. 특히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큰 상황에서 이로 탈바꿈할 수 있는 분양권이나 입주권에 대한 규제는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좋지 않은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2017년 하반기, 2018년 상반기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은 이에 기인한 바가 크다.

금융정책은 나름 강력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우상향하다가 정권 말부터 가격이 조정을 받았는데, 대출 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 돈을 빌릴 수 없으니 살 수도 없었다. 가격이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았다. 대출 규제는 여전히 집값의 80~90% 수준의 대출이 이뤄지는 선진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전세가 있기 때문에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신규 아파트의 대출 규제가 강해지자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 때문이다.

거래·금융·세금으로 부동산 규제
세금은 장단기 효과로 나눠볼 수 있다. 세금 정책 중 양도세와 관련된 정책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이지만, 거래세나 보유세는 장기적이다. 이 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력한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다. 다주택자들에게 일반세율(6~42%)을 적용하면 갭(gap) 투자가 증가하고, 양도세를 중과하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게 된다. 소형과 대형, 수도권과 지방 등 부동산 투자시장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책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선전하고, 지방의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원인은 이런 세금정책의 결과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 내재적 모순으로 시장 실패보다 더 황당한 ‘정부의 실패’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정책 목표의 모호성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다. 무엇하나 확실하고 손에 잡히는 내용이 없다. 서민이 누구인가. 안정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인가, 물가상승률이나 소득증가율 수준으로만 상승하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것인가. 정책담당자도 대답하기 곤란할 것이다.지금까지 부동산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외부 충격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하락한 경우는 단 한 번뿐이다. 거래를 막거나 대출을 틀어쥐고 세금을 쏟아냈던 것이 아니라 공급이었다. 노태우 정권에서 이뤄진 주택 200만 호 건설로 인해 1990년대는 장기 안정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경기도(15만3534가구)와 다르게 2018년 서울의 순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기에(-1149가구) 부동산시장은 다시금 불안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은 궁극적으로는 공급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부동산 정책을 염두에 두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를 찾기란 어렵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부동산 정책이 현재의 주택 소유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측면이 크다. 대출규제, 전매제한, 세금 등은 현재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보다는 사려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이다. 따라서 정책을 바라볼 때는 다주택자나 매도자의 입장보다는 실수요자나 매수자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공급정책 없으면 장기적 부작용부동산 정책은 예상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침반 없이 길을 떠날 수 없듯이 앞으로 도입될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년 6·19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는 8·2 대책을 예상해야 했고, 8·2 대책 이후에는 9·5 추가 대책을 그렸어야 한다. 물론 부동산 정책을 예측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 효과 또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서울의 투자자는 조금 더 보유해야 했고, 지방의 투자자는 8·2 대책 이후 팔았어야 했다. 8·2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이 급속하게 양극화됐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적당한 수준의 미세조정(대응)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2018년 이후 정부에서 내놓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 임대주택 정책(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등이다. 이는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 즉각적인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금·거래·대출 등 순차적으로 정책을 활용한 노무현 정부와는 다르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후반 부동산 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는 이유다.

심형석 <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