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위 "블랙리스트는 참담한 과오"… 예술인들 냉담

"사과받지 않겠다…책임자 징계 없는 사과는 무의미" 질타
작년 2월 이어 두번째 대국민 사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반헌법적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공범자로서 참담한 과오를 저지른 것을 시인하며 국민 앞에 다시 머리를 숙였다.문예위는 17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최창주 문예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함께 '반성과 혁신으로, 국민과 예술인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직무대행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중추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고 블랙리스트 지원배제라는 참담한 과오를 저지른 것에 대해 현장 예술인과 국민에게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예술지원정책 수립에서의 자율성과 독립성 획득이라는 사명을 망각하고 부당한 지시를 양심에 따라 거부하지 못했다"며 "반헌법적 국가범죄의 공범자가 됐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공연예술 창작산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서울연극제)' 등의 문예진흥기금사업 심의과정에 개입해 블랙리스트 예술인과 단체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잘못을 인정했다.

또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모인 60여 명의 예술인과 관계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문예위 간부들이 줄지어 선 단상 아래에는 "사과가 무엇인지 모르세요? 사과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팻말이 놓였다.

다수 참석자가 질의응답을 통해 책임자들에 대해 상응하는 인사조치나 수긍할 만한 제도적 개선조치가 없는 사과는 의미가 없다고 질타했다.

2014년 아르코미술관장으로 있다 압력을 받고 사임했다는 김현진 큐레이터는 "조직과 정책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압박하고 내보내고 블랙리스트까지 불온한 조치를 취하신 모든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반성의 의미로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고 물었다.다른 참석자는 질의에서 "사과가 아니라 사죄를 해야 한다.

죄를 지었다면 어떤 식의 대가가 진행된 뒤 용서를 구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오늘의 사과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고"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문예위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해 2월 홈페이지에 위원장과 임직원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