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수출 대표기업마저… 한세실업, 9년 만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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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에 1분기 어닝쇼크세계적 의류 제조업체 한세실업의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광고 문구도 ‘미국인 3명 중 1명은 한세실업 옷을 입습니다’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때도 한세실업 매출은 10% 늘었다. 그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한세실업도 환율 하락은 견뎌내지 못했다.
영업손실 140억… 매출도↓
원高에 수출 경쟁력 떨어져
OEM 사업 수익성 악화
저마진 수주·원가 상승
나이키 등서 주문 감소
'4중고' 시달려 실적 부진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한세실업의 1분기 매출은 3641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8% 줄었다. 영업손익은 14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한세실업이 분기 적자를 본 것은 2009년 지주회사와 인적분할한 뒤 처음이다. 미국 시장 경쟁 격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도 악재였다.한세실업 주가는 ‘어닝쇼크’를 반영해 이날 3.1% 하락한 1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다.
◆환율 7% 하락 여파
실적 악화는 주력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OEM 사업에서만 125억원의 적자를 냈다. OEM 사업의 달러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6% 감소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1분기 부진은 시장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환율과 비용 상승에 의한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올 1분기 평균 환율은 작년에 비해 7%가량 낮았다.
미국 시장에서 치열해지는 의류업체 간 경쟁도 한세실업을 괴롭혔다. 나이키와 갭(GAP) 등 한세실업에 주문을 내는 미국 브랜드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세실업이 많이 납품하는 캐주얼 의류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온라인과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도 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한세실업이 수주한 단가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아원재료인 면화 가격 상승은 손실폭을 키웠다. 원사(CM 30S) 가격은 ㎏당 3.13달러로 전년(2.89달러) 대비 약 7% 올랐다. 자회사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TBJ, 앤듀, 버커루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세엠케이(지분율 50%)도 적자를 기록했다. 한세엠케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되고, 할인판매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전망도 밝지 않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상보다 한세실업 적자 규모가 크고 2분기에도 대외적 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증권업계는 2분기 평균 환율도 달러당 1080원 수준으로 작년 2분기보다 3%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조금 다른 길영원무역은 OEM 사업이 주력이지만 동시에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면서 1분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4498억원과 영업이익 414억원을 냈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4.8% 증가했다. 한세실업이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것에 비해 영원무역은 고가 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 것도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또 스위스 자전거용품 브랜드인 자회사 스콧 코퍼레이션 실적이 좋아진 것도 실적 악화를 막는 데 기여했다. 스콧은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