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첫 감리委… 한밤까지 '벼랑 끝 공방'

금감원 '4가지 의혹' 제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투명하게 밝힐 것"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과 지배력 평가 정당성 등이 쟁점
차기 회의는 25일 '대심제'로 최종 결론 내달 이후에 날 듯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감리위원회 첫 회의가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6층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김학수 감리위원장(가운데)이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하는 첫 감리위원회가 17일 열렸다. 8명의 감리위원과 9명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직원이 참여한 이날 감리위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바이오젠이 다음달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감리위부터 대심제 적용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감리 안건이 상정된 감리위는 이날 오후 2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긴장감 속에 입장한 감리위원들은 한 시간가량 회의 진행 방식 등을 논의한 뒤 3시께 정식회의를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먼저 두 시간가량 조치안을 보고했다. 잠시 휴식 후 오후 6시부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임원들이 프레젠테이션(PT)을 한 뒤 감리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예상보다 질의응답이 길어지며 참석자들은 한밤까지 감리위를 이어갔다.감리위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사상 처음으로 감리위에 ‘대심제’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심제는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과 같이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 기회를 얻는 제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첫 감리위는 의견 진술 중심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차기 회의에서는 대심제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위원을 지정해 전문적인 검토를 요청하는 소위원회를 활용할지는 의견 진술을 들은 뒤 정하기로 했다. 다음 감리위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으로 향후 두세 차례의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다음달 이후에나 최종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김 사장은 이날 감리위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관련해 팩트(사실)가 변한 것이 없다”며 “모든 부분을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언론에 공개한 당사자(금감원)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세계적인 회계 석학으로 구성된 감리위 위원들의 판단을 믿겠다”고 했다.

◆사실관계 입증이 ‘관건’앞으로 본격화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공방은 단순히 회계기준을 둘러싼 해석보다는 양측 주장의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을 입증하는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의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전력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네 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2014년 콜옵션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외부기관 의견서를 급조했으며, 2015년 말 상장 계획을 감사인에게 숨겨 지배력 변경을 수용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 승인이 지배력이 변경될 만큼 의미있는 사건이 아닌데도 회계 처리 변경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발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2015년 11월 ‘충분한 가치가 있으면 행사하겠다’는 콜옵션 사전의향서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오전 바이오젠은 다음달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밝혔다.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하반기 이미 시장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얘기가 퍼지면서 그해 11월 한국거래소에서 회사를 코스닥시장에 유치하겠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는 점 등을 들어 금감원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특히 2015년부터 국내와 유럽 시장의 판매 승인 절차가 본격화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엔브렐·레미케이드)은 세계 10대 매출 의약품에 포함되는 ‘블록버스터’로 시장성까지 인정받아 기업가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분식을 한 혐의로 회계감리로는 최대 금액인 60억원의 과징금과 대표 해임권고,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통보했다.

하수정/조진형/전예진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