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유럽 최대 대학병원과 협력…심장진단 기기로 해외 진출"

웨어러블 심장진단기기 첫 개발…곧 EU에 허가 신청
“진단 가능한 심질환 수 많아지도록 성능 개선할 것”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유럽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정맥의 일종으로 심방(심장의 일부분)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심방세동'은 뇌줄중과 심부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성인 4명 중 1명에게 심방세동 증상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심방세동은 그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중병의 원인이 되는만큼 유럽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다. 반지 형태로 된 웨어러블(옷이나 액세서리처럼 몸에 착용하는 것) 심방세동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해 유럽(EU)에 시판을 추진 중인 한국인 기업가가 있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44·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심방세동 모니터링 기기 '카트'를 개발해 오는 10월께 시판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심사 결과는 내년 1분기에 나올 전망이다. 그는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 심장이 보내는 신호를 수집해 병원에 보내면 의료진이 이를 보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의료시스템을 카트에 적용했다"며 "이런 신호를 손가락에서 가장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기기를 반지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기존에도 심방세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는 있었다. 그러나 가슴에 붙이는 형태였고 웨어러블이 아니어서 24시간 모니터링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기능도 단순해 이 기기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 심장질환은 심방세동 한 가지였다. 이 대표가 만든 카트도 기존 기기처럼 심방세동으로 인허가를 받지만 기능 확대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동 연구자는 유럽 최대 대학병원인 샤리테병원(독일 베를린대 의대 부속병원)이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가 유럽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트를 심방세동뿐만 아니라 다른 심장질환 진단에도 쓸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샤리테병원과 기능 개선 연구를 하고 있다"며 "유럽에 진출하려면 유럽의 병원과 연구를 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샤리테병원에 먼저 제안을 했고 병원이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과 기능 개선을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시장 진출은 할 수 없지만 훗날 허용되면 적극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협력관계가 더 있다. 스카이랩스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바이엘이 전세계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운데 우수한 회사를 뽑아 지원하는 '그랜츠포앱스 액셀러레이터'에 지난해 선정됐다. 이 대표와 바이엘은 카트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등 공동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영국부정맥연합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대표는 "부정맥 환자를 더 잘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공동연구 방안을 이 단체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2002년 인하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학사)와 2011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2002~2012년 LIG넥스원 선임연구원, 2012~2016년 삼성전자 DMC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2016년 스카이랩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직장생활을 할 때 과로로 심장에 무리가 와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어서 심장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만성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