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강소기업③]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위기 겪어야 기회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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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사진)는 1세대 벤처기업인 중 가장 잘 알려진 성공 사례다. 1993년 직원 3명과 함께 세운 다산기연은 이제 연매출 6000억원의 '그룹'이 됐다. 하지만 그가 늘 순풍을 타고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은 늘 위기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게 남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지난 18일 여의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남 대표는 후배 창업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창업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4전 5기의 시련, 사업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
남 대표는 대우자동차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대기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6년 뒤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2년 후에는 창업의 길로 접어든다.
남 대표는 자신이 총 4번의 위기를 겪었고, 그 중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위기가 바로 1997년 'IMF 외환위기'였다고 말했다.1991년 소프트웨어 수입업을 영위하며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점차 규모가 커져 직원 30명, 매출 50억원의 제법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남 대표는 "이 때가 가장 사업이 재미있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벌려 놓고 적당히 벌 수 있는 규모로만 사업을 한다면 리스크 없이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IMF가 오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지불유예를 부탁해가며 1년을 버텼다"며 "사업이 나 혼자 안전운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위기라는 게 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그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은 것은 결국 기회가 됐다. 인터넷의 시대를 직감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국내 최초로 라우터(router, 네트워크 연결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라우터를 KT에 공급하면서 한국에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그는 다산네트웍스의 라우터가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 1등 국가가 된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과 IT 버블…지멘스 인수까지IMF를 겪은 후 남 대표는 사업 철학이 바뀌었다. 안전한 사업만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투자도 유치하고 대출도 받으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00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는 "IMF를 겪고 그걸 극복하니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걸 봤다"며 "충격적 위기를 겪지 않으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듬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시작되며 코스닥이 주저앉았다. 투자를 이어가면서 현금도 고갈됐다. 유상증자와 주가 하락을 겪으며 또 한 번의 위기가 왔다. 이 때 유럽의 통신 강자 '지멘스'가 손을 내밀었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자는 제의였다.
"조인트벤처 말고 1억 달러만 투자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진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었죠"
결국 지멘스는 3개월 만에 다산네트웍스를 인수하게 된다. 지멘스 역사상 최단 기간에 이뤄진 M&A였다. 유럽 시장이 열리면서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2005년에는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돌아온 경영권…사업 다각화로 나스닥까지
그러나 또 손 댈 수 없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왔다. 지멘스가 노키아에 팔린 것. 노키아는 남 대표에게 경영권 재인수를 제안했다.
"그냥 돈만 챙겨서 물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현금을 챙겨서 은퇴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편히 살 수 있었죠. 고민하다가 결국 경영권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금융위기가 터졌죠."
이후 남 대표는 사업 다각화에 몰두한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은 것이다. 그룹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핸디소프트와 전자파 차폐 소재 기업 솔루에타, 산업용 열교환기 기업 디티에스 등을 잇달아 인수했고 2016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통신기업인 존테크놀로지를 인수, 나스닥 시장에도 진출했다.
남 대표는 창업이 성공을 보장하는 길은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대기업에 다니던 시절보다 중소기업에서, 창업한 후에 인생을 배웠습니다. 물론 창업을 한다고 여러분이 바로 부자가 되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기업보다 환경도 좋지 않겠죠.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경험과 경쟁력이 될 겁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지난 18일 여의도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연구원 세미나에서 남 대표는 후배 창업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창업에 대한 조언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4전 5기의 시련, 사업은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
남 대표는 대우자동차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대기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6년 뒤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2년 후에는 창업의 길로 접어든다.
남 대표는 자신이 총 4번의 위기를 겪었고, 그 중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위기가 바로 1997년 'IMF 외환위기'였다고 말했다.1991년 소프트웨어 수입업을 영위하며 4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점차 규모가 커져 직원 30명, 매출 50억원의 제법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남 대표는 "이 때가 가장 사업이 재미있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벌려 놓고 적당히 벌 수 있는 규모로만 사업을 한다면 리스크 없이도 사업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IMF가 오고 나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지불유예를 부탁해가며 1년을 버텼다"며 "사업이 나 혼자 안전운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위기라는 게 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그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은 것은 결국 기회가 됐다. 인터넷의 시대를 직감한 것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국내 최초로 라우터(router, 네트워크 연결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라우터를 KT에 공급하면서 한국에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그는 다산네트웍스의 라우터가 우리나라가 초고속인터넷 1등 국가가 된 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과 IT 버블…지멘스 인수까지IMF를 겪은 후 남 대표는 사업 철학이 바뀌었다. 안전한 사업만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투자도 유치하고 대출도 받으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00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는 "IMF를 겪고 그걸 극복하니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걸 봤다"며 "충격적 위기를 겪지 않으면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듬해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시작되며 코스닥이 주저앉았다. 투자를 이어가면서 현금도 고갈됐다. 유상증자와 주가 하락을 겪으며 또 한 번의 위기가 왔다. 이 때 유럽의 통신 강자 '지멘스'가 손을 내밀었다.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자는 제의였다.
"조인트벤처 말고 1억 달러만 투자하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진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었죠"
결국 지멘스는 3개월 만에 다산네트웍스를 인수하게 된다. 지멘스 역사상 최단 기간에 이뤄진 M&A였다. 유럽 시장이 열리면서 매출도 수직상승했다. 2005년에는 사상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돌아온 경영권…사업 다각화로 나스닥까지
그러나 또 손 댈 수 없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왔다. 지멘스가 노키아에 팔린 것. 노키아는 남 대표에게 경영권 재인수를 제안했다.
"그냥 돈만 챙겨서 물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현금을 챙겨서 은퇴하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편히 살 수 있었죠. 고민하다가 결국 경영권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그 직후 금융위기가 터졌죠."
이후 남 대표는 사업 다각화에 몰두한다. 한 우물만 파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은 것이다. 그룹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핸디소프트와 전자파 차폐 소재 기업 솔루에타, 산업용 열교환기 기업 디티에스 등을 잇달아 인수했고 2016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통신기업인 존테크놀로지를 인수, 나스닥 시장에도 진출했다.
남 대표는 창업이 성공을 보장하는 길은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대기업에 다니던 시절보다 중소기업에서, 창업한 후에 인생을 배웠습니다. 물론 창업을 한다고 여러분이 바로 부자가 되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기업보다 환경도 좋지 않겠죠. 하지만, 남은 인생에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경험과 경쟁력이 될 겁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