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삼성電·바이오·경협주 판 외국인…매수 종목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발(發) 금융위기 우려 등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액면분할을 마친 삼성전자와 바이오주, 남북경협주 등을 중심으로 2조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보기술(IT) 부품주, 중국 소비주, 금융주 등은 바구니에 담았다.

18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07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자료=코스콤 제공
특히 외국인은 한 달간 대장주 삼성전자(9929억원 순매도)를 1조원 가까이 내다 팔았다.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1807억원)와 함께 셀트리온(5834억원), 한미약품(514억원) 등 바이오주도 매도했다.

남북 경제협력주로 주목받은 현대건설(4286억원), 현대로템(2724억원), 현대엘리베이터(1336억원), 현대산업(1176억원), 현대중공업(1097억원) 등 범 현대가 주식도 '팔자'에 나섰다. 현대건설의 경우 5월 들어 318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판 종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협주에 속하는 한국전력(758억원)도 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S-Oil(663억원), SK이노베이션(549억원) 등 정유주도 덜어냈다.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이 대장주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덜어냈다고 분석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이익에 따라 '보텀 업(bottom-up)'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외국인은 테마성으로 경협주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 차익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삼성전자보다는 반도체 사업만 운영하는 SK하이닉스에 더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수급 요인과 함께 액면분할 이슈로 인한 단기 주가 상승,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맞물려 물량이 출회됐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 약세는 MSCI 리밸런싱에 따른 외국인 매도가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을 초래한 결과"라며 "MSCI 지수편입 비율 조정이 끝나는 6월1일 이후부터 주가는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3216억원 순매수)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IT주 중에서는 삼성전기(1005억원), 삼성SDS(638억원), LG전자(445억원) 등도 순매수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5~6월 반도체주 가운데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며 "2분기 D램 출하 증가분(직전 분기 대비) 10% 이상으로 삼성전자(7%) 대비 높고,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에서 5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중국 소비주인 호텔신라(1526억원), 신세계(1020억원), 엔씨소프트(526억원), 아모레퍼시픽(415억원)도 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은 금리 인상기 수혜가 기대되는 신한지주(1120억원), 기업은행(469억원), BNK금융지주(439억원), KB금융(403억원) 등 금융주도 바구니에 추가로 담았다. 양호한 실적을 거둔 철강주인 POSCO(1413억원)와 삼성엔지니어링(1053억원), 두산인프라코어(701억원) 등도 사들였다.

하 연구원은 "중국 관련주의 경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이익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외국인의 매수 전략은 이익이 근간이라는 점에서 투자전략 수립 시 순매수 상위 종목을 참조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련주의 경우 다음주 관련 통계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단기 관점에서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만 하다는 분석이 나왔다.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업종 순환매 장세가 전개된다면 트레이딩(단기 매매) 관점에서는 중국 관련 소비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이달 23일 4월 중국인 입국자 통계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해당 지표 호조 시 업황 회복 기대감이 관련 업종의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충칭 지역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후 상승한 미디어와 호텔 업종의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