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보 3명·최장 110일 수사… 드루킹 특검 '최순실 급'으로 꾸린다

여야, 19일 본회의 열어 특검·추경 동시처리

민주 '일자리 추경' 챙기고 야당, 선거 반전 노려
김경수 "모든 것 걸고 끝까지 싸우겠다"

28일 국회서 남북 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채택키로
물관리일원화·소상공인 적합업종 법안 함께 처리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8일 오후 11시께 국회의장실에서 합의문을 발표한 후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가 절충 끝에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6·13 지방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법이 통과됨으로써 향후 선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한다며 약 3조9000억원이 책정된 추경이 실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물관리일원화 등 각종 쟁점 법안들도 5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긴박했던 특검·추경 동시 처리18일은 여야가 특검과 추경을 동시 처리하기로 지난 15일 합의한 날이다. 하지만 댓글조작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 씨가 구속 상태에서 ‘옥중편지’를 언론사에 보내며 상황이 급변했다. 편지의 핵심은 ‘2016년 9월에 당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매크로(자동반복 실행 프로그램)를 설명하고 김 의원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김경수 즉시 체포’를 요구하는 등 추경 처리 불가로 강하게 맞섰다.
한때 본회의 무산이 예견되기도 했으나 여야는 쟁점이 됐던 특검 규모 및 수사 범위와 관련해 극적으로 절충안에 합의했다. 우선 수사 기간은 60일로 타협점을 찾았다. 민주당은 2012년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 기준인 30일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사 기간을 1회에 한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 기간은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로 야3당이 요구한 최장 140일(준비 기간 포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의 120일에 필적한다.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4명을 추천하고 야3당 합의를 통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식으로 합의했다. 특검팀 규모는 특별검사 1명,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으로 정했다. ‘슈퍼 특검’이라 불린 박영수 특검과 비교해 특검보는 1명 적고, 파견검사는 7명 줄어들었다.논란이 됐던 수사 범위는 기존 합의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이름은 특정되지 않았지만 드루킹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돼 여지를 남겼다.

김 후보는 이날 드루킹 특검법안 처리가 국회에서 합의된 직후 “내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 사람 잘못 봤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도 일괄 처리키로여야는 국회 공전으로 처리가 미뤄졌던 각종 쟁점 법안도 5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선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지지 및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결의안’을 국회의장 제의로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물관리일원화와 관련된 정부 조직 개편을 위한 법안도 같은 날 통과될 전망이다.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맡고, 수질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등 부처별로 쪼개져 있던 것을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게 골자다. 하천관리법은 국토부 관할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 물관리 시스템은 개발 중심에서 관리와 보전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게 됐다.

생계형적합업종지정특별법도 처리된다. 소상공인을 위한 적합업종을 정하고, 중소기업을 포함해 기업이 해당 영역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상생법’으로 불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보다 적용 범위가 넓은 데다 제재 수준도 강해 향후 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셈법 각각 다른 여야

여야가 벼랑 끝에서 극적 합의한 이유는 여야 모두 국회 공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검과 추경 동시 처리에 합의해 국회를 정상화해놓고 또다시 파행을 거듭할 경우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야3당이 각자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었다는 점도 타협의 배경이다.

우선 한국당은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이슈’에 묻히고 있는 지방선거 분위기를 드루킹 특검을 통해 바꿔놓겠다는 셈법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드루킹 등 인터넷 불법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전 민주당원들을 수사하다 보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명백한 증거가 나오면 김 후보뿐만 아니라 청와대로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긴말할 것 없이 특검에서 밝히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 수사가 지방선거 이전에 시작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명될 때까지도 난항이 예상되는 데다 임명 후에도 20일 동안 준비 기간을 가져야 해 최소 한 달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민주당도 ‘일자리 추경’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은 터라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지방선거용은 기본이고, 당장 일자리 창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의미도 크다. 이번 추경의 또 다른 수혜자는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평화당이다. 당초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 규모를 조정하면서 야3당은 실효성이 없는 일부 사업을 감액하는 대신 전북 군산 등 위기지역에 대한 지원액을 추가하는 데 합의했다. 평화당은 이번 국회 정상화를 계기로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