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같은 해리왕자·마클 결혼식… 구름인파 속 마차행진

근위기병대 제복 차림의 해리…마클, 시아버지 팔짱 끼고 입장
왕실 전용 마차 타고 윈저 마을 한바퀴 돌며 인사…마클 어머니 눈물 보이기도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5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부분의 주말을 보낸다는 왕실 가문의 주 거주지 중 한 곳 윈저 성 앞에 차량 한대가 정차했다.이어서 영국 육군 근위기병대(Blues and Royals) 제복을 입은 두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한 명은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자. 다른 한 명은 이날 열리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해리 왕자였다.

이들의 제복은 19세기에 개업한 런던의 유명 맞춤형 양복점인 '디지 앤 스키너'에서 담당했다.
약간 긴장된 표정의 해리 왕자는 결혼식장인 왕실 전용 예배당 세인트 조지 채플로 향하면서 모여있던 군중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채플 입구에서는 쓰고 있던 모자와 장갑을 벗어 이들을 맞이한 세인트 조지 채플의 주임 사제인 데이비드 코너 주교에게 건넸다.

해리 왕자와 윌리엄 왕세손이 식장 안 의자에 앉아있는 동안 신부 메건 마클을 태운 전통의 롤스로이스 차량은 윈저 성 인근에 도착해 군중들을 지나쳤다.해리 왕자의 부친인 찰스 왕세자 부부와 조부모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결혼식 직전 윈저 성에 도착했고, 예정된 12시 정각에 신부가 윈저 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인 마클은 화려하지 않은 전통적인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차에서 내렸다.

그동안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놓고 수많은 추측이 있었는데 결국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의 최초 여성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웨일스 출신 유명 소프라노 엘린 마나한 토머스가 노래하는 가운데 채플 제단에서 마클을 맞은 해리 왕자는 미소를 띠며 신부에게 "놀라울 만큼 아름답다(You look amazing)"고 속삭였다.

아버지 토머스 마클의 불참으로 시아버지인 찰스 왕세자의 팔짱을 낀 채 입장한 마클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인 도리아 래글랜드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래글랜드는 결혼식 내내 미소와 눈물을 번갈아 보였다.

이어진 성경 낭독과 연설, 결혼서약 등을 거친 뒤 해리 왕자와 마클은 반지를 주고 받았고, 주례를 맡은 영국 성공회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됐음을 선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작위를 수여함에 따라 앞으로 해리 왕자는 서식스 공작으로, 마클은 서식스 공작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할리우드 배우답게 마클은 결혼식 내내 여유있는 모습과 미소로 일관했다.

해리 왕자는 결혼식이 끝날 무렵 살짝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결혼식을 끝낸 해리 왕자는 이후 채플 밖에서 기다리던 군중에게 인사한 뒤 이들 앞에서 아내인 마클에게 키스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 8분 대기하고 있던 왕실 전용 마차에 올라탄 이들 커플은 윈저 성 밖으로 향했다.

앞서 해리 왕자 커플은 '로열 애스콧(Royal Ascot)' 때 이용되는 5대의 '애스콧 사륜마차(Ascot Landaus)' 중 한 대를 골랐다.

4마리의 말이 마차를 끌었고, 마차 뒤로는 수십 명의 왕실 기병이 행렬을 이뤘다.

윈저 성 밖에 운집한 10만여명의 군중들에게 차례대로 인사한 해리 왕자 부부는 윈저 시내를 한 바퀴 돈 뒤 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2시간여의 걸친 '로열 웨딩'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