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학 투톱으로 글로벌 경영… 매출 160兆 세계적 기업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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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타계
正道경영 23년…'글로벌 LG' 도약
2차전지·디스플레이 사업 주도…세계 1위로
통신사업 과감한 투자…시장 판도 뒤흔들어
GS·LS·LIG 등 잡음 없이 매끄러운 계열분리
![1999년 여름 강원도 한 목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오른쪽)과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67586.1.jpg)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같은 위기를 넘는 과정에서도 사업군을 다각화하고 그룹 덩치를 키웠다. 구 회장 취임 직전인 1994년 30조원대였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160조원대로 23년 만에 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도 약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1배로 증가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805/AA.16768050.1.jpg)
사업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한 일은 구 회장의 가장 큰 경영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과감한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했다. 2차전지, 디스플레이, 통신 사업이 대표적이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구 회장이 제안해 시작됐다. 1992년 영국 출장에서 2차전지를 처음 접한 구 회장(당시 부회장)은 직접 2차전지 샘플을 구해 계열사 연구원들에게 갖다줬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을 때도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이런 집념 덕분에 LG화학은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다투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LG화학은 현대·기아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르노,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액만 42조원에 달한다.
통신사업도 구 회장 재임기간 주력사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구 회장은 1996년 LG텔레콤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 뒤 데이콤과 파워콤을 잇따라 인수했다. 2010년 그룹 내 통신 3사를 합병해 LG유플러스를 출범시킨 뒤 과감한 투자로 이동통신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글로벌 1등 ‘승부 근성’“제가 꿈꾸는 LG는 모름지기 세계 초우량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남이 하지 않은 것에 과감히 도전해 최고를 성취해야 하겠습니다.” 1995년 회장 취임 일성이다. 구 회장은 ‘인화(仁和)’로 잘 알려진 LG그룹 기업 문화에 ‘세계 1등’과 ‘초우량 기업’ 마인드를 심기 위해 노력했다.
매년 초 LG인화원에서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1박2일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승부 근성’이 강한 경영자였다. ‘내기 골프’에도 능했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내기할 때는 잘하지만 그냥 칠 때는 잘 못하는 고무줄 핸디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권한을 아랫사람들에게 과감하게 위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