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기사, 댓글 8천개 삭제 '증거인멸'

"수개월 지나 대량삭제 이례적"
"단순 공감·비공감 클릭 넘어
대규모 댓글 직접 작성 정황"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본명 김동원·49·사진) 일당이 경찰에 꼬리가 밟힌 계기가 된 올 1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기사에서 당시 달린 3만1000여 개 댓글 가운데 8000여 개가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 일당이 단순히 매크로(자동 반복 실행 프로그램)를 활용한 공감이나 비공감 클릭으로 순위 조작만 한 게 아니라 댓글도 대량으로 달았다가 사건이 불거지자 증거인멸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경찰과 네이버 등에 따르면 연합뉴스가 올 1월17일 보도한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 입장·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에는 3만1000여 개 댓글이 달렸다가 이 중 25.8%인 8000여 개가 작성자에 의해 삭제됐다. 삭제된 댓글의 상당수는 삭제 시점이 드루킹이 긴급체포된 지난 3월21일 이후로 확인되고 있다.이처럼 삭제된 댓글이 많은 것은 드루킹 일당이 단순 ‘공감 클릭’을 넘어 직접 많은 댓글을 작성하며 여론 조작을 시도한 방증으로 풀이된다. 드루킹은 지금까지 댓글의 공감이니 비공감 클릭 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혐의가 확정된 상태다. 댓글을 직접 대규모로 게시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심증은 있지만 최종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대규모 댓글 삭제는 증거인멸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작성자가 사후에 스스로 댓글을 삭제하는 비율은 통상 12% 선”이라며 “특히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댓글이 이처럼 대량으로 삭제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하는 시점에 해당 댓글에 대한 공감 추천 내역까지 모두 서버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자료 보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댓글조작을 입증할 증거 자료가 인멸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다행히 해당 기사는 네이버 측이 수사기관 고발을 위해 자체적으로 자료를 보존해 제출했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찾은 총 9만여 건(2016년 10월~2018년 3월)의 댓글조작 의심 기사 가운데 1만9000여 건은 자료 보존 조치가 진행 중이어서 이미 상당수 댓글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