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녹록지 않은 '구광모號'

구본무 LG그룹 회장 타계

경영 전환점 맞은 LG그룹

LG그룹 사업구조 전환 본격화 …新사업 세심히 챙겨야

수익성 떨어지는 계열사
매각 상황 직면할 수도
구광모 LG전자 상무(사진)가 부친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서 넘겨받게 된 바통은 결코 가볍지 않다. LG그룹이 70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16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요 계열사들이 향후 10년, 20년을 대비하며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줄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는 시기여서다.

LG그룹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전장(電裝)사업 투자 확대에 나섰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사업 육성도 지난해 LG생명과학을 인수한 LG화학의 몫이다. LG디스플레이는 모든 현금 유동성을 동원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설비 확충에 들어갔다.이 같은 신사업은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가 아니라 각 계열사 존망을 좌우할 분야라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LCD(액정표시장치) 생산 규모에서는 이미 중국 BOE 등에 추월당한 가운데 OLED로의 사업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수익성 등에서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LG화학도 성장 초기 단계인 바이오산업에서 기대만큼 투자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에 빼앗긴 우위를 되찾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설립된 LG전자 VC사업본부(전장사업 담당)는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구 상무는 LG그룹 수장으로서 이 같은 투자에 필요한 재원 조달과 계열사 자금 수혈 등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및 계열사 매각을 결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구 상무에 대한 경영수업도 이 같은 신사업에 맞춰져 이뤄져 왔다. 2014년부터 구 상무가 일한 (주)LG 시너지팀과 경영전략팀은 그룹 지주사인 (주)LG가 각 계열사의 신사업 전략을 관할하는 조직이다. LG전자에서도 새롭게 꾸려진 B2B사업본부에서 일했다.LG그룹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구 상무의 경험 부족을 얘기하지만 각 계열사의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해당 기업 임원들 못지않게 많이 알고 경험도 쌓은 것으로 안다”며 “백전노장인 전문경영인의 보좌도 받게 되는 만큼 신사업과 관련해 그룹이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잘 돌파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