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뷰어] 헤어드라이어가 28만원…'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 써보니

깔끔한 디자인에 효과적인 드라잉
두피까지 말리는 강력한 바람
비싼 출고가는 선택의 폭 좁혀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유닉스전자의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의 출고가는 28만원. 그런데 이 돈 주고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감정가는 13만원.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비싸다. 다이슨 같은 브랜드 경쟁력을 만들자. 그것만이 살 길.> "남편! 진짜 좋긴 하네요. 빗질하면서 말린 느낌이에요. 그리고 별로 덥지도 않아요"

아내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넘쳤다. 출고가를 알려줬다. 아내는 살짝 놀란 표정을 하더니 "비싸긴 하네요. 근데 다이슨과 비교하면 양반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뷰티 가전업체 유닉스전자가 헤어드라이어 신제품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을 출시했다. 그런데 가격이 문제다. 출고가는 28만원. 영국 다이슨이 프리미엄 드라이어 슈퍼소닉(55만6000원)으로 대박을 쳤다지만 용기가 대단하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중저가 헤어드라이어의 평균가는 5만원을 넘지 않는데 말이다. 유닉스전자는 국내 이미용기기 시장 점유율 1위의 국내 소형 가전제품 업체다. 헤어드라이어, 헤어스타일러, 헤어롤 등 헤어 제품과 마사지기, 쿠션 안마기, 면도기, 믹서기, 스탠드 등 소형 생활가전을 주로 생산한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유닉스전자는 신제품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은 박스부터 묵직하다.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내용물은 단출하다. 본체와 가죽 파우치가 끝. 에어샷의 첫인상은 뿅 망치를 연상시킨다. 다이슨 슈퍼소닉과 비교해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더 깔끔하다. 다이슨의 핑크색이 부담스러운 남성들에게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의 매트 블랙 색상은 고급스러움으로 다가온다.

무게는 코드를 제외하면 497g. 다이슨 보다 살짝 무겁다. 하지만 뒤로 기울어진 손잡이가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조작부는 간단하다. 손잡이에는 총 4개의 버튼이 있는데 후면에 1개(전원 버튼), 앞면에 3개(냉온모드·온도조절·바람세기)가 있다. 토출구 아래에 '스마트 슬라이딩 노즐' 버튼이 숨어 있다. 스마트 슬라이딩 노즐은 내부 바람 터널을 변경해 바람의 성격을 바꿔준다. 쉽게 말해 바람의 직진성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버튼을 누르면 바람이 나오는 토출구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스타일링 모드'가 되고, 안으로 밀면 '드라잉 모드'가 된다. 모발과 두피를 효과적으로 말리는데는 이중 구조로 바람이 분사되는 '드라잉 모드'가 뛰어나다. 반면 바람 손실 없이 균일한 온도의 바람을 집중 분사하는 데는 '스타일링 모드'가 좋다. 긴 머리를 빨리 말리길 원하는 아내는 '드라잉 모드'를, 앞머리를 띄우는 등 포마드 스타일을 연출하는 기자는 '스타일링 모드'를 주로 사용했다.
조금 더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해 단골 미용실로 향했다. 원장님의 이름을 딴 미용실은 5명의 직원이 일하는 동네에선 꽤 유명한 곳이다. 간곡한 부탁에 원장님은 웃으며 응했지만 '바쁜데 귀찮은 일 시킨다'는 속마음은 여실히 드러났다. 일주일 후 미용실을 찾았다. 일부러 영업이 끝나는 시간인 오후 10시에 맞춰서 갔다. 원장님은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기대감이 커졌다.

헤어디자이너로 20년 간 일했다는 원장님은 "유닉스전자 헤어드라이어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과거 사용한 유닉스전자의 제품 성능에 실망한 뒤로 다시는 유닉스전자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원장님은 "영업장에서 사용하는 드라이어는 뜨거운 온도와 강한 바람만 잘 나오면 된다"고 귀뜸했다. 뜨거운 온도와 강한 바람은 머리카락을 빨리 말리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따른다. 머리카락이 손상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원장님은 "솔직히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문제가 되겠지만,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미용실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굳이 문제를 찾자면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디자이너의 손이 상한다는 것"이라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은 그동안 사용했던 드라이어와 확실히 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제품은 뜨겁지 않은 바람으로 모발을 빨리 마르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직진성이 강하고 냉온 바람이 교대로 나와 두피까지 빠르게 말려줬다. 오래 사용하면 모발 손상에도 효과적일 것 같다. 손님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극찬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장님은 "일반 드라이어와 비교해 길이가 짧다 보니 바람세기가 강해지면 드라이어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났다"며 "1500w 출력 대비 시끄러운 소리와 흠집이 잘나는 표면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자인과 무게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불만이 나왔지만 주관적인 평가라 생략한다.

원장님은 "분명 단점도 있다. 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 제품"이라며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충분히 구입가치가 있다"고 했다. 다만 미용실에서 사용하는데는 한계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 5대를 구입하기 위해선 140만원이 필요하다. 특히 약품 거래처가 무상으로 드라이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돈을 들여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게 솔직한 입장이다.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창립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은 2년6개월 간 전 직원이 주말도 없이 노력해 만든 40년 기술력을 쏟아부은 역작"이라 소개했다.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기록한 유닉스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800억원. 이 회장은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을 앞세워 실적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다만 시장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다이슨, 파나소닉, 중국 업체의 압박이 거세다. 광고라고 욕 먹을 각오로 한마디 붙이자면, "에어샷 플라즈마 시스템의 성공은 우리나라 이미용기기의 성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영국, 일본,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길."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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