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숙제…대선 댓글조작·정치권 배후 밝혀야

김경수·송인배 접촉 사실 집중 확인
최대 87명 규모, 특검 수사 청와대로 확대될지 관심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하면서 사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특검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드루킹' 김모(49, 구속기소)씨가 주도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 수사는 드루킹 일당이 작년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조작을 했는지, 그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 등 정치권이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축이다.현재까지 경찰 수사에서는 드루킹이 1월17∼18일 인터넷 기사 676건의 댓글 2만여개에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사용, 추천수를 조작해 포털사이트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까지 드러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이 대선 7개월 전인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기사 9만건에 댓글작업을 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또 대선 전에도 이들이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 댓글 여론조작을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댓글작업을 위해 '킹크랩'으로 불리는 매크로 기능 구현 서버까지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대선 전부터 특정 정치인의 유불리를 노리고 킹크랩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댓글조작을 했는지도 밝혀야 할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꼽히는 박모(30·필명 서유기)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 작업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재판에서 "공범인 '서유기' 박씨가 대선 전부터 킹크랩을 구축해 댓글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진술했다"고 공개했다. 드루킹 일당이 대선 때도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공범의 진술을 수사당국이 공개한 건 처음이다.

김경수 전 의원 등 정치권 배후 유무도 반드시 규명이 필요하다. 김 전 의원은 대선 전인 2016년 11월부터 약 1년간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기사 인터넷 주소(URL) 10건을 보냈고, "홍보해주세요"(김 의원), "처리하겠습니다"(드루킹)라는 대화를 주고받는 등 두 사람 간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된 상태다.

단순한 접촉을 넘어 김 전 의원이 드루킹 일당의 매크로 댓글조작을 사전에 알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요청하는 등 직접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특검은 이를 반드시 규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드루킹은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옥중편지에서 김 전 의원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한쪽의 진술에 불과하고, 김 전 의원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사건 실체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 전 의원뿐 아니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 대선 전까지 드루킹을 4차례 만났고, 김 전 의원도 송 비서관을 통해 드루킹을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됨에 따라 특검 수사가 청와대로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드루킹 사건 특검은 진용 구성과 준비기간을 거쳐 6·13 지방선거 이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3명, 특별수사관 35명, 파견공무원 35명 등 최대 87명 규모다.경찰 수사팀보다 규모가 크고 권한이 우월한 특검이 '대선 전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조작 여부'와 '김경수 전 의원 등 정치권 연루 여부'라는 양대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역대 13번째 특검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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