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수사 방해' 남재준 1심 징역 3년6개월… "법치주의 훼손"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징역 1년, 서천호 전 2차장 징역 2년6개월
재판부 "국정원 과오성찰 기회였으나 범죄…원세훈 변호인처럼 행동"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23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에게는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에게는 징역 2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는 징역 2년, 이제영 검사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이 각각 선고됐다.이 밖에 국정원의 고일현 전 국장은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 문정욱 전 국장은 징역 2년과 자격정지 1년, 하경준 전 대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세훈 전 원장 시절 발생한 댓글 사건은 광범위한 조직과 예산을 가진 권력기관 국정원이 헌법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공정한 태도로 수사와 재판에서 진실 발견에 협조했다면 국정원이 과오를 성찰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기능 축소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과 새 정부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빌미로 조직적으로 일련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수사와 재판에 있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는 범죄는 형사사법의 기본 이념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실제로 상명하복의 국정원 직원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준 만큼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도 비판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국정원에 대한 부당한 오해를 바로잡고 해명하는 것은 넘어, 마치 원세훈 전 원장의 변호인인 것처럼 행동했다"며 "사용한 수단도 노골적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기만하고 우롱한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사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범행을 한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이들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허위 서류 등을 비치한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심리전단 요원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에 나가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공모해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 때 가짜 사무실을 꾸리고 거짓 자료들을 가져가게 해 검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재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에서 수사를 위해 요구했던 원세훈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 중 정치관여나 선거개입 지시가 있는 핵심 부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김진홍 전 단장을 제외한 모두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댓글사건 재판에 중요 증인으로 채택된 국정원 직원을 거짓으로 해외에 출장을 보내 도피하게 한 혐의는 김진홍 전 단장과 장호중 전 지검장, 이제영 검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문정욱 전 국장이 대기업에 보수단체 자금지원을 요구했다는 혐의, 하경준 전 국정원 대변인이 거짓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각각 유죄를 인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