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외교 이벤트'에 출렁이는 글로벌 방산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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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록히드마틴·英 BAE시스템스글로벌 방산주들이 남북한 혹은 미·북 정상회담 관련 외교 이벤트가 펼쳐질 때마다 해당 국가 증시에서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덩치’(시가총액)가 한국 방산주의 최대 수십 배에 달하는 ‘공룡’들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구도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사드 제조업체 레이시언 등
국제정치 구도에 '오르락 내리락'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록히드마틴은 7.15달러(2.20%) 하락한 317.13달러로 장을 마쳤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제조 기업으로 유명한 레이시언도 6.22달러(2.91%) 떨어진 207.73달러로 마감했다. 이들의 낙폭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하락폭보다 컸다. 이날 다우지수는 178.88포인트(0.72%) 내린 24,834.41로 장을 마쳤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영국 방산기업 BAE시스템스도 1.16% 하락했다. 런던증시 FTSE100지수는 18.28포인트(0.23%) 오른 7877.45로 마감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의 한국항공우주(-2.58%) 한화에어로스페이스(-0.53%) LIG넥스원(-0.73%)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방산기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특별한 이유 없이 조정폭이 유독 컸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 내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 중 ‘미·북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것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경우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쪽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27일에도 록히드마틴이 2.53% 하락하는 등 전 세계 방산주가 대거 조정을 받았다. 반면 북한이 한·미연합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를 핑계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달 16일부터는 완만한 상승 궤적을 그리는 흐름을 보였다.이날 각국 증시에서 조정을 받은 종목들은 글로벌 방산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전년도 순이익 기준으로 발표하는 ‘톱 100 방산기업’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지키는 곳들이다. 2017년 순위에서는 록히드마틴(1위) BAE시스템스(3위) 레이시언(4위)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곧 발표될 예정인 올해 순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방산업계의 시각이다.
해외 주요 방산주의 시총은 한국 회사들에 비해 훨씬 크다. 이날 종가 기준 록히드마틴의 시총은 900억달러(약 97조200억원)로, 한국 방산 ‘대장주’인 한국항공우주(4조2255억원)의 약 23배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별다른 조정 없이 상승 랠리를 펼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진 점도 조정요인으로 꼽힌다.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언은 최근 5년간 각각 2.92배와 3.14배 올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런 이유로 22일 록히드마틴, 레이시언, 노스럽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7개 종목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일제히 낮췄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