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점주들 "재료값 내려라"… 속내는 가격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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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계의 가격 인상 딜레마치킨 프랜차이즈 2위인 bhc 소속 점주들이 23일 본사에 납품 원가 공개와 ‘갑질’ 중단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bhc 점주들로 이뤄진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설립 총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점주들 "본사만 배당 잔치
영업이익 타사의 3배 달해
가맹점 수익성은 악화" 주장
사측 "투명·효율경영의 결과"
인건비·배달수수료 올라 갈등
"점주가 가격인상 주장하면
불매운동 우려… 본사에 항의"
협의회는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운영하는 bhc 본사는 최근 몇 년간 업계 최고 성장을 달성했지만 가맹점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bhc는 이에 대해 “점주 협의회 구성을 적극 권장하고 환영하며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겠다”면서도 “가맹본부의 수익성 개선은 투명 경영과 효율적인 시스템 경영의 결과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꼴찌였던 bhc, 5년 만에 2위로
bhc는 2013년 5월까지 BBQ의 자회사였다. 당시 매출 기준 업계 10위, 연 매출 800억원대의 작은 회사였다. 사모펀드 더로하튼그룹(TRG)이 지분 100%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고 독자 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 출신 박현종 회장, 임금옥 사장 등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연구개발(R&D)과 물류시스템 개선에 과감히 투자했다. 중간 단계의 물류회사를 없애고 물류 배송 트럭에 위성항법장치(GPS)와 자동온도장치를 부착한 뒤 직배송했다.
납품 가격도 낮췄다. 가맹점주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전용 오븐 기기도 개발해 공급했다. 점주들에겐 ‘1년에 무조건 두 개 신메뉴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자 변화가 생겼다. 827억원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2391억원으로 180% 증가했다. 가맹점 수는 806개에서 1400여 개로 늘었다.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도 인수 당시 1억4200만원에서 지난해 3억1300만원으로 120%가량 증가했다.bhc 가맹점 협의회는 그러나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bhc가 교촌치킨, BBQ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내면서 본사만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 BBQ와 교촌치킨이 지난해 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반면 bhc는 648억원에 달했다는 게 그 근거다.
협의회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공급원가 인하 및 원가 내역 공개 △가맹점에서 걷은 광고비·가공비 등 반환 △사모펀드 회수자금 내역 공개 △임직원에 대한 주식공여·배당 내역 공개 △가맹점 협의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협의회에는 1400여 명의 가맹점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모펀드 배당의 딜레마치킨 가맹점의 수익은 올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인건비와 배달 수수료 인상이 직격탄이 됐다. 배달대행 수수료도 올 들어 약 16.7% 올랐다. 소비자의 배달 주문이 주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면서 각종 배달대행 앱 입점 수수료를 내야 하고, 서울 지역은 1.5㎞당 배달 대행료도 3500원가량 내야 하기 때문. 치킨 한 마리를 팔아 3000~4000원을 벌던 가맹점주들은 이제 1000~2000원을 남긴다. 교촌치킨이 이달부터 배달료 2000원을 받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bhc점주들은 “판매 가격을 올리거나 배달대행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본사의 이익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가맹점들이 돈이 잘 벌릴 때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인건비와 배달료 등이 오르면서 수익이 악화되자 집단행동에 나섰다”며 “치킨 가격을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만 점주들이 나설 경우 소비자 불매 운동 등이 벌어질까봐 두려워 본사의 경영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또 있다. bhc가 “돈을 벌어도 배당하지 않고 재투자해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지난해 840억원의 배당을 한 게 알려지면서다.증권사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기업 목적에 맞게 경영을 해왔어도 여전히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당분간 매각 계획이 없다던 말을 번복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 가맹점주가 뭉치는 계기가 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