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 이제 수입차 관세 카드 꺼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낼 모양입니다. 지난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때린 근거였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내에서부터 벌써 수입차가 국가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위대한 미국 자동차업계 노동자들을 위한 빅뉴스가 나올 것이다. (미국은) 수십년간 다른 나라들에 일자리를 뺏겨왔다. 여러분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관세를 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무부가 수입차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국 관세 부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지난 3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할 때 동원했던 근거법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자동차 업계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이미 미국에 들여오는 수입차에 20% 관세를 매기고, 수입차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시행한 미국산 차보다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엔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도요타, 혼다 등이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럽 회사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차를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이 뉴스가 나오자 CNBC방송은 “미국에서 이미 한 해 천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는데, 수입차가 무슨 국가안보와 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는 아무데나 편하게 갖다붙일 수 있는 구실입니다.

불똥은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에도 튈 판입니다. 현대·기아차는 한 해 미국에서 130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데 이 중 절반이 울산공장 등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한국산 차량입니다. 관세 25%를 내게되면 사실상 수입은 중단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또 유예기간을 준 뒤 협상을 통해 수입 쿼터를 설정하고 미국내 생산을 유도하겠지요.

현재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2%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가 25%로 지나치게 높다고 압박해 최근 중국 정부는 이를 1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25%로 높일 판이니 미국의 관세율이 중국보다 높아질 판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