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새 아파트 바로 옆 '헌 아파트'… 후광효과를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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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 부동산 투자전략 (4)새 아파트 전성시대다. 새 아파트가 인기있는 이유는 단지 새것이어서가 아니다. 기능적, 구조적으로도 새 아파트는 기존 아파트에 비해 뛰어나다. 새 아파트는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기존 아파트에 비해 5~10% 정도 넓다. 이는 전용면적을 측정하는 기준이 1998년 10월 이후 중심선치수에서 안목치수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용면적 59㎡인 아파트에 이를 적용하면 전체 면적의 7%에 해당하는 4㎡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 아파트 분양 당첨 '별따기'
기존 아파트 투자 고려해볼만
성수동 주상복합, 인근 가격 견인
주변 나홀로 아파트 덩달아 상승
아현뉴타운 신축 아파트 인기에
인접한 서대문구 단지 가격 올라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도 무시 못할 변수다. 평면이 좌우로 길어지면 발코니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게 되는데, 베이(bay) 수가 증가하면 전체 면적을 키울 수 있다. 최근 3.5베이에서 많게는 4베이 아파트까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아파트 면적이 넓어진 것이다. 2006년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한 조치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새 아파트는 내부구조(유닛)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 그렇다면 기존 아파트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까. 분양하는 아파트에 당첨되기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새 아파트 전성시대에 편승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반적으로 기존 아파트는 투자 수익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새 아파트 바로 인근의 기존 아파트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지역의 기존 아파트는 바람직한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새 아파트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성동구는 2017년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세 번째로 높았던 지역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상승률은 10%에 육박한다. 성동구의 가격 상승은 성수동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 서울숲트리마제 등이 견인했다. 2018년 1월 갤러리아포레 전용면적 168.37㎡의 거래금액은 무려 32억원이었다. 한강 조망권이 더 뛰어난 서울숲트리마제의 전용면적 69.72㎡ 호가 또한 20억원이다. 이런 아파트는 성동구의 랜드마크로서 뛰어난 입지와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트리마제 옆엔 강변동양(성수동양)이라는 아파트가 있다. 2001년 입주한 142가구 규모 ‘나홀로 아파트’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5㎡의 2017년 11월 실거래가격은 12억원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같은 평수 호가는 15억원이다. 서울숲트리마제 20억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떨어지는 금액이지만 이 아파트가 이렇게 많이 오른 이유는 성수동에 있고, 바로 옆 서울숲트리마제의 후광효과 때문일 것이다. 한강 조망권이 뛰어나긴 하지만 예전에도 한강 조망권은 뛰어났음을 고려한다면 조망권으로만 이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아현뉴타운을 통해 마포가 천지개벽 중이다. 2014년 입주한 3885가구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대장 아파트’인데 전용면적 84㎡대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가가 14억원에 육박한다. 종로 쪽으로 가다 보면 경희궁자이라는 신축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이 아파트 또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강북의 대장 아파트인데, 2017년 입주했으며 2단지, 3단지를 합치면 2000가구에 가깝다. 두 아파트의 같은 면적 호가는 이미 15억원에 가까워 서민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이들 단지의 중간은 서대문구인데 몇몇 아파트 단지가 포진해 있다. 서대문구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경희궁자이와 일정 금액 차이를 보이면서 따라가는 형국이다.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투자금액 대비 양도차익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신축 아파트 옆 기존 아파트는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새 아파트가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가격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20년 안팎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만 있는 지역은 이런 가격 상승 혜택을 보기 어렵다. 10년 이내에 입주한 아파트 단지가 거의 없는 경기 지역 중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없는 곳은 매매가격 상승률 또한 낮다. 경기도에서 10년 이내 입주한 아파트가 10% 미만인 군포시, 동두천시, 포천시의 2017년 매매가격 상승률은 1~2%에 그친다. 상가의 명당이 코너 자리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가격이 비싸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코너 바로 옆자리 상가가 알짜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비슷한 논리다.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 무조건 좋아질까. 택지로 공급될 수 있는 용지가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도 중요하다. 언제든지 새로운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는 지역은 아무리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가격 상승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공택지를 보유한 지역은 더욱 그렇다. 공공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낮기 때문에 기존 새 아파트 또한 이 가격에 수렴하게 된다. 신규 아파트가 계속 공급된다면 공급과잉에 따른 부정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부동산은 독점의 가치를 향유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비슷한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는 지역보다는 더 이상 새 아파트를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의 신축 아파트가 더 가치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심형석 <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