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일가족 살해범 무기징역… 재판부 "사형은 지나쳐"

법원 "잘못 인정하고 전과 없어"…방조한 아내는 징역 8년

재가한 어머니의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계좌에서 돈을 빼내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붙잡힌 김성관(36) 피고인에게 1심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4일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 피고인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명에 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잔혹하고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는 결코 합리화될 수 없고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인 어머니가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않아 서운함을 느껴 범행했다고 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어머니가 재혼한 뒤 이부(異父)동생을 낳아 자신이 버려졌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해 자기 위주의 사고 양상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이처럼 인격형성 과정에 참작할만한 부분이 있는 점,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재판부는 특히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형은 문명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피고인에게 사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피고인은 이날 수감복 차림으로 법정에 나와 고개를 숙인 채 굳은 표정으로 선고를 들었다.

김 피고인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피고인의 아내 정모(33·여) 피고인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재판부는 "피고인은 김 피고인의 범행을 사전에 알았지만, 피고인은 범행에 대해 주로 질문했을 뿐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은 김 피고인"이라며 정 피고인에게 살인 공범이 아닌 살인을 방조한 혐의(살인방조)를 적용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김 피고인의 살인을 방조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가담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고 자신의 자녀를 해치려 한다는 김 피고인의 말에 속아 범행에 동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 피고인은 판결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김 피고인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등 외면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피고인에게 사형, 정 피고인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김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21일 오후 모친 A(당시 55세) 씨와 이부동생 B(당시 14세) 군을 경기도 용인 A 씨 집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체크카드 등을 훔친 데 이어 계부 C(당시 57세) 씨도 흉기와 둔기를 사용해 살해한 뒤 차량 트렁크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영주권자인 그는 범행 후 A 씨 계좌에서 1억 2천여만 원을 빼내 정 피고인과 2세·7개월 된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에서 붙잡혀 한국으로 송환됐으며, 올해 2월 구속기소 됐다.

김 피고인은 생활비를 보내주는 등 경제적으로 도와주던 어머니가 2016년 8월부터 지원을 중단하고 지난해 10월 중순에는 자신과의 만남조차 거절하자 어머니의 재산을 빼앗고자 정 피고인과 짜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피고인은 김 피고인이 뉴질랜드에서 붙잡힌 뒤 스스로 귀국해 함께 재판에 넘겨졌지만, 수사기관에서부터 줄곧 김 피고인의 범행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공모 혐의를 부인해왔다.김 피고인 역시 자신의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아내와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