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화병(火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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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장동민 < 하늘땅의원 원장 >
서양의학에서는 한의학에서 이용되는 화(火)나 열(熱)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의학에서는 물질적인 변화나 구조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만 치료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화병과 같이 기능적인 변화에는 마땅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화병은 다른 말로 울화(鬱火)병이라고 얘기한다. 즉 ‘쌓이고 쌓여서 누적된 화병’이란 뜻인데 화병이 심하면 혈관이 팽창해 출혈이 생기거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옛날 촉나라의 제갈공명은 자신에게 속아서 빼앗긴 땅을 되찾으러 온 오나라 주유를 약 올렸는데 이에 분노한 주유가 화를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하면서 죽었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런 경우를 볼 수 있다. 필자의 환자 중에 부부싸움만 하면 피를 토한다는 이가 있고, 분노를 참지 못해 화를 내다가 뇌혈관이 터져 중풍이 왔다는 경우도 있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침으로 가볍게 순환시켜 주기도 하지만, 근육이 경직돼 척추 변위까지 일어났으면 추나와 같은 척추교정을 해줘야 한다. 가벼운 경우에는 화를 가라앉히는 처방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시간이 오래 경과돼 진액이 부족해졌으면 음혈(陰血)과 같은 진액을 보충해야 한다. 그러니 화병의 조짐이 보이면 바로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