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클럽 앞 음주의심 車 노렸다가 '쾅'… 돈 갈취

지방에서 써먹던 수법, 서울서도 통했나?

고의 추돌…"신고하겠다" 공갈
26명 상대로 8000만원 뜯어내
인적사항 파악해 부모 협박도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서 나오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쫓아가 고의로 추돌사고를 낸 뒤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약 8000만원을 챙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방에서 써먹은 수법을 서울로 와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음주운전을 꼬투리잡아 28차례에 걸쳐 7900만원을 챙긴 피의자 A씨(33)를 상습사기 및 공갈 등의 혐의로 검거, 구속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작년 초 신사동에 있는 클럽에서 나오는 외제차량을 쫓아가 학동역 부근에서 고의로 추돌한 뒤 ‘음주운전으로 112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면서 600만원을 받아냈다. 2016년 4월부터 1년 동안 26명으로부터 이렇게 챙긴 돈은 6900만원에 달했다. 건당 300만~6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 유흥비와 도박비로 썼다. A씨는 음주운전이 아니었던 운전자 2명에게서 치료비를 편취하고 보험금을 청구해 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실제 피해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의 은행계좌에서 동일 수법 범행으로 보이는 입금내역이 100여 건 확인됐지만 음주운전 발각을 염려한 피해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A씨는 상대방 운전자를 협박하기 위해 운전자 인적사항을 알아내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고의추돌한 외제차량이 도주하자 이 차량이 이용하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상담하는 척하면서 직원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컴퓨터에서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아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금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동승자, 운전자 부모 등에게 연락해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지방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