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성 김… '비핵화-체제보장' 고차방정식 풀 해결사 될까

주한 美대사·6자회담 수석대표 거치며 북핵협상에 '정통'
백악관 대북문제 담당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 가세도 주목
사진=연합뉴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로 나선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에 전 세계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현직 필리핀 대사직을 수행 중인 김 대사를 발탁한 것은 공화·민주당 정권을 통틀어 북핵 문제에 가장 정통한 미국 관료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국계라는 태생적 측면을 넘어 김 대사는 북핵 2차 위기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6자회담 특사, 주한 미국대사, 6자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역임하면서 북핵과 한반도 이슈를 좇으며 '커리어 외교관'으로서의 궤적을 밟아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핵 고도화의 현주소와 비핵화 해결의 방향을 가장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의 속내도 속속들이 꿰뚫고 있어 현 국면에서 대북 협상대표를 맡기에 '최적'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특히 '원칙'을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협상력이 탁월하다는 게 미국 외교가의 평가여서 북한을 상대로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 태생의 김 대사는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이민한 뒤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로욜라 로스쿨과 런던 정경대(LSE)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아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해 홍콩과 일본,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한 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6자회담 특사로 기용됐고, 2011년 11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3년간 활동했다.

2014년 10월에는 북한 핵 문제를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김 대사는 지난 2016년 11월 주필리핀 미국 대사로 부임하며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 대사를 두 차례 맡는 기록을 세웠다.그가 필리핀으로 부임할 때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은 "합리적 판단과 열심히 일하는 자세, 뛰어난 지능, 겸손함으로 명성을 얻었다"면서 "특히 김 대사가 외교가의 '조지 클루니'라고 불리는 점을 참작하면 그의 겸손함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외교관 가운데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로 승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사가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미국의 북핵정책을 총괄했던 만큼 이번 사전 조율 과정에서 북한과 비핵화 과정과 속도 등 본격적인 의제조율을 맡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번 미국 측 대표단에는 김 대사 외에도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문가들이 총출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과 접촉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고위급 관리로 꼽히는 후커 보좌관은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미 정부 대표단을 이끈 이방카 트럼프를 수행해 방한했다.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후커 보좌관은 지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해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협상할 때 수행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