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이 고개를 든다…물가 불안 부추기나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고 있다. 올 하반기 중에는 음식료 업체들의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기업형(B2B) 중심의 소재식품시장 특성상 원가와 함께 판매단가도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29일 음식료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소맥 가격은 1개월 전보다 15% 가까이 올랐고 3개월과 6개월 전과 비교해서는 17%와 27%가량 뛰었다. 밀가루의 원료로 쓰이는 소맥은 제면·제빵·제과 등 제분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국내 대표 소재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과 SPC삼립 등은 곡물가격의 등락으로 인해 원가가 오르고 내린다.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가 전량 수입 중인 원재료 가운데 원당은 호주가, 소맥은 미국·호주·캐나다 등지가 주요 원산지다. 대두의 경우 미국과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있고, 옥수수는 미국과 브라질이 주요 공급처다.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6.8%와 1.5% 상승했다.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18%가량 오른 가격대다. 원당 역시 한 달 전보다 10% 이상 비싸졌다. 재고율 전망치가 당초 예상 수준보다 크게 하락, 곡물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농무성(USDA)이 내놓은 원당을 제외한 곡물의 세계 수급 전망치는 이달 11일에, 1년에 두 번(5·11월) 집계되는 원당은 25일에 각각 발표됐다.

이 발표에 따르면 2018~2019년도 기말 기준 소맥 재고율 전망치는 전년보다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소맥의 생산 수준 역시 전년보다 1060만t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러시아쪽 생산이 전년 대비 1300만t가량 줄어들 것으로 나타나서다.

옥수수의 경우 기말 재고율 전망치가 전년 대비 3.6% 포인트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중심으로 전세계 생산량은 1940만t 정도 늘어나지만 아르헨티나의 가뭄 탓으로 기초 재고 수준이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대두와 원당도 재고율 전망치가 전년에 비해 각각 2.7%포인트와 0.8%포인트 내려갔다.
곡물 가격이 지속해서 오른다면 하반기 중 각종 제품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음식료 업체들이 원가에 곡물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PC삼립은 이에 대해 "회사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 원당 등의 가격은 당연히 수입 가격과 공급물량의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분석가)는 "주요 4개 곡물(옥수수·소맥·대두·원당)의 2018~2019년도 재고율이 모두 하락 중인 가운데 원당과 옥수수는 과거 10년내 의미 있는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덕에 곡물의 수요 전망이 밝아진 데다 지난 6년간 가격 하락 탓에 농가의 경작 의지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곡물의 '공급 체력'이 약해졌다"며 "당분간 곡물가격은 올라갈 확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곡물가격이 오르면 음식료 업체들도 제품가격을 인상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식품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10년 전과 비교해 낮은 수준인데 그간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곡물가격이 올라도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시킬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요즘 음식료 업계의 가격 인상 필요와 의지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강하다"라고 판단했다. 박애란 KB증권 애널리스트도 "음식료 업체들의 제품가격 인상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무엇보다 요즘 밀가루 및 사료 업체들의 판촉활동(물량 지원) 축소, 가격 인상 움직임 등이 파악되고 있는데 곡물가격과 연관된 대표적인 기업은 소재식품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대상, 사료업체인 선진과 팜스코 등"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