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DMZ에 해외기업 참여 테크노밸리 만들자"

한국 대기업·벤처도 입주
북한에서 기술인력 제공
“비무장지대(DMZ)에 전 세계 기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테크노밸리(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면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평화뿐만 아니라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크루셜텍 대표·사진)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공업 중심의 남북 경협은 20년 전 방식”이라며 “한국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참여하고 북한이 우수한 기술 인력을 제공하는 첨단산업 위주의 공단을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휴전선 근방이면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어 땅값이 들지 않는다”며 “저렴한 토지 비용 덕분에 세계 첨단 제조기업을 유치하기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이 재개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급박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안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 경제는 부활하고 있고, 중국은 정보기술(IT)·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며 “첨단 산업 중심의 남북 경협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학적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회장은 “북한 인력은 우리와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IT 분야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첨단 산업 분야의 대기업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를 확대하면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쓰는 등 IT 분야가 발달해 있다”며 “노동집약적인 경공업뿐 아니라 고도화된 산업 분야에서도 경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안 회장은 국내에서 첨단 제조 관련 벤처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로 제조 대기업의 국외 공장 이전 문제를 꼽았다. 그는 “첨단 제조업은 작은 벤처기업이 혼자서는 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지어서 중소기업과 함께 협업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