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서교호텔 리모델링한 건축가 스티븐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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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건축'으로 홍대 랜드마크 답 찾았죠"서교호텔은 30년 넘게 서울 홍대 앞을 지켜온 랜드마크였다. 7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지난달 부티크호텔인 라이즈(RYSE)호텔로 다시 태어나면서 주변 상권을 바꿔놓고 있다. 낡은 건물은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허름한 술집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숍 등으로 변신 중이다. 2011년부터 리모델링을 이끌어온 한국계 미국인 건축가 스티븐 송 SCAAA 대표(한국명 송현달·사진)를 지난 26일 만났다.
美서 건축학 전공한 한국계 미국인
7년간 라이즈호텔로 재탄생시켜
"빨리 짓는 것보다 '지속가능'이 중요
예술가에 영감주는 지역 특성 살려"
송 대표는 “홍대라는 지역적 상징과 그 중심에 있는 호텔이라는 맥락에 맞게 답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겉모습은 차분하지만, 내부는 볼수록 다이내믹하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홍대는 젊음을 즐기러 오는 10~20대, 한때 즐겁게 놀던 추억을 되새기려는 30~40대까지 다양한 사람이 몰려드는 공간”이라며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 지역인 홍대에서 수개월간 살아보며 그 특수성을 직접 파악했다”고 했다. 그는 호텔 주인인 아주호텔앤리조트의 문윤회 대표와 건축 자재를 구하러 중국 석산을 찾아다니기도 했다.송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펜실베이니아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뉴욕의 건축가그룹인 비움(VIUM)에서 일한 뒤 8년 전 자신의 회사 SCAAA를 설립했다. 그는 “다른 건축 회사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2~3년 걸려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무엇을 지을지’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 직원 중에는 건축 전공자가 아니라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많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며 최적의 답을 찾는다.
송 대표는 “과거에는 빨리, 높이, 크게 짓는 것이 최선이었다면 건축 포화상태인 지금은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건축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이즈호텔의 건축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건축회사가 공간에 40% 정도 생명을 불어넣었다면 나머지 60%는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슬로 건축’의 가치는 다른 수익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SCAAA는 부동산 투자와 건축 설계 노하우를 접목한 전문 컨설팅도 하고 있다.
그는 이전 직장에서 서울 여의도 IFC몰 설계를 담당했고, SCAAA를 통해 말리부 칼미고스 랜치, 텍사스 힐튼 더블트리 등을 건축했다. 서울 마곡 르 크럭스센터, 필리핀 증권거래소 등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올해 서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강남역 인근에 신개념 공유오피스 ‘빌딩블럭스’를 오는 7월 열기로 했다. 다른 공유오피스와 달리 패션, 건축 등 디자이너들이 가장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그는 “디자인한 작품을 보여주는 쇼룸, 넓은 도면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작업실, 다양한 재질을 연구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 야근이 잦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샤워실 등을 접목해 창작자들에게 딱 맞는 공유오피스를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