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단] 中 권위주의 모델의 매력은 지속될까

"경제적·정치적 영향력 넓히는 中
정책 잘못돼도 바꾸기 힘든 구조
결국 민주주의에 미래가 있다는 뜻"

배리 아이컨그린 < 美 UC버클리 교수 >
중국이 곧 경제적·지정학적으로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까. 중국은 이미 그런 지위에 올랐나. 두 질문 중 어느 하나에 대한 답이 ‘그렇다’라면 민주주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건 지표상 분명하다. 중국은 2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태세다. 중국은 이미 무역대국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위안화는 (세계 무역에서) 거래 비중이 늘고 있고 잠재적으로 달러의 지위에 도전할 것이다.게다가 중국은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빚더미에 놓인 상대국으로부터 군사 기지와 지정학적 전략자산을 대가로 얻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중국의 해외 투자가 늘고 유라시아 국가와의 경제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학교, 문화 교류, 박물관 전시회, 유네스코 프로젝트 등으로 소프트파워도 키우고 있다.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소프트파워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경제적 성공에 힘입어 중국은 다른 나라가 모방할 만한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중앙집권적 행정통제를 통해 서구 민주주의의 혼란을 피하는 중국의 정치 모델에 매료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통치 방식, 난장판이 된 영국 보수당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정부 구성 능력이 없는 이탈리아 등으로 인해 중국 모델의 매력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의 세력, 번영, 안정성이 커질수록 권위주의 모델의 매력도 커지고 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민주주의 체제에선 뭔가를 결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결정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쉽다. 그 결과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지배구조를 모방하게 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미래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지럽게 보일 수 있지만 ‘경로 수정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정책이 계획에서 벗어나면 현직에 있는 공직자가 실수에 대해 책임지게 할 수 있다. 적어도 원칙적으론 투표로 더 유능한 경쟁자로 대체할 수도 있다.

권위주의 체제엔 이런 자동 조정 메커니즘이 없다. 독재자는 권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실패한 정책을 더 끈질기게 밀고나가는 걸 최선책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다른 선택을 강요할 수 있는 질서정연한 방법은 없다. 폴란드 ‘솔리다르노시치(반체제 자유노조연합)’나 옛 소련의 ‘노멘클라투라(특권층)’의 반란 같은 대중 봉기가 결정을 강요할 순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정책적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할 때만 일어나는 데다 통상 폭력에 따른 인명손실이 뒤따른다. 게다가 중국 지도자들이 계속, 무기한으로 심각한 정책 실수를 피하고, 위기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시험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의 도산, 금융회사의 숨겨진 부실에 대한 폭로,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 심각한 지정학적 사건 같은 충격 중 하나만 일어나도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중국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도 북한과 인접해 있다.

요컨대,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고 중국 지도자들이 제대로 관리를 못 하면 대중은 등을 돌리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과거) 톈안먼 광장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 같은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중국은 분명 세계적 강대국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때 지도자들이 실수를 인정하고 정책을 조정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민사회를 탄압하기라도 하면 중국 모델의 매력은 떨어지게 된다. 결국 민주주의에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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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