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째 원화 채권 쓸어담는 외국인

올들어 24조8452억 순매수
원·달러 환 헤지로 차익 올려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채권 순매수세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에게 유리한 원·달러 환 헤지(위험 회피) 여건이 조성돼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 24조8452억원어치 원화 채권을 순매수했다. 작년 한 해 외국인 원화 채권 순매수액(34조2822억원)의 72%가 넘는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2014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원화 채권 순매수액이 올해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14년은 국채 매입 축소 등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이 본격화된 해다. Fed의 통화 긴축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외국인이 원화 채권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원화 자산 투자 때 원·달러 환 헤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연 1.5%가 넘는 무위험 차익(원·달러 스와프 포인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달러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방식으로 환 헤지를 한 뒤 원화 채권을 매입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런 방식의 헤지로 달러당 16원이 넘는 차익을 올릴 수 있다”며 “국고채(만기 3년) 표면금리가 연 1.75%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총 수익률이 3%가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 들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한은이 8월 한 차례만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